유키 구라모토 "거장이요?…80살 되면 더 잘하게 되겠죠"
5년만에 새 앨범 '디어 하트' 발매…"곡 해석은 듣는 사람 마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최주성 기자 = 서정적인 연주로 유명한 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72)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1999년 한국에서 처음 연주를 한 이후 24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한국을 찾아 관객들을 만나왔다. 올해는 5년 만에 낸 새 앨범 '디어 하트(Dear Heart)'를 들고 온 만큼 더 풍성한 무대를 예고했다. 공연은 오는 19일 경기 광명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경주 등 11개 도시 전국 순회로 진행된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난 유키 구라모토는 서정적인 연주만큼이나 온화한 미소와 차분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넥타이를 고쳐 매는 얼굴에는 장난기도 엿보였다.
유키 구라모토는 매년 한국을 찾을 수 있는 것은 팬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콘서트에 다시 오고 싶어 하는 팬들이 있어 콘서트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긴 시간 공연을 해오다 보니 최근 공연에서는 '어머니가 팬'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첫 콘서트 때 받아 갔던 사인을 다시 들고 오는 분들도 있다"며 "20여년을 공연하니 팬들의 나이대도 넓어졌다. 처음에는 '오빠'였는데 금방 '아저씨'가 됐고, 또 금방 '할아버지'가 됐다"고 한국말을 섞어 말했다.
1986년 피아노곡들을 담은 앨범 '레이크 미스티 블루(Lake Misty Blue)'로 데뷔한 유키 구라모토는 서정주의 연주자로 통한다. 이후 발매한 앨범들에서도 고요한 자연 풍광을 떠올리게 하거나 감성에 젖게 하는 연주로 사랑받았다. 국내에서는 1998년 처음 발표한 '회상(Reminiscence)'이 큰 히트를 하면서 한때 피아노 연주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그는 한국 무대에 설 때마다 큰 박수로 자신을 맞아주는 관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공연 중 한국어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도 이에 보답하기 위함이다.
실제 그의 공연 후기를 보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고, 더듬더듬 작품 소개를 한 모습에 감동했다는 반응이 많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한국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다는 그는 '감사합니다'와 이를 일본식 발음대로 읽은 '가무사하므리다'를 구분할 수 있다며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공연한 지 3년이 지났을 때쯤 한국어로 간단히 인사도 하고, 곡을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발음이 안 좋지만, 그때는 더 안 좋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을 텐데 한국 관객들이 포용력을 갖고 호응해줬죠. 덕분에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유키 구라모토는 다음 달 1일 발매될 새 앨범 '디어 하트'에 대한 기대도 당부했다. 다만 앨범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오롯이 듣는 사람의 몫이라고 했다. 12곡이 수록될 예정으로 절반은 완전히 새로운 곡이고, 나머지 절반은 기존에 사랑받았던 곡을 새롭게 편곡했다.
그는 "뒷이야기이긴 하지만, 앨범 제작 스태프가 곡을 듣고 '이 앨범 나도 사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흔치 않으니 이번 앨범이 잘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며 "물론 앨범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듣는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된 '디어 하트'는 로맨틱한 느낌의 제목과 달리 애절한 선율을 담고 있다.
그는 "제목만 들으면 밝은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의외의 부분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며 "'디어 스위트(sweet) 하트'가 아닌 '디어 하트'다. 서로를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마음을 모르는 상태라는 생각으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소개했다.
유키 구라모토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의 곡이 따뜻하고 서정적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유키 구라모토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잔잔한 곡만 있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이나 드라마 속 음악부터 오케스트라와 협연곡까지 작품 세계가 폭넓다.
유키 구라모토는 인터뷰 도중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형사물 드라마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극적인 요소가 많은 뮤지컬 음악 등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들려주기도 했다. 피아노곡과는 다른 새로운 매력이 있는 곡들이었다.
그는 "정말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만들고 있는데 그중에서 서정적이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들을 많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다"며 "들리기에는 편안하게 들리는 곡들이지만, 그렇게 들릴 수 있기까지 곡 작업은 힘든 과정을 거치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키 구라모토는 탄탄한 팬층을 지닌 데다 작곡·연주가로서 흠잡을 데 없는 커리어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그는 매번 아직 부족하다며 더 열심히 해서 몇 년 뒤에는 더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그는 앞선 인터뷰들에서 60대 후반에는 70세가 되면 좀 더 완벽해질 것 같다고 했었고, 70대가 된 이후에는 3∼4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농담으로 얘기했다.
이날도 '거장'이라고 칭하자 "할아버지라서요?"라고 반문하며 겸손해했다.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70세가 되면, 3∼4년이 흐르면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겠냐고 생각했었죠. 그때가 되면 또 부족한 점이 보여요. 지금도 좋은 연주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80살이 되면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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