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 미 북한인권특사 지명자 “인권침해 책임 규명 위해 한국 등과 협력”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지명자가 17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 홈페이지 화면캡처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지명자는 “북한 체제의 인권 침해와 무기 프로그램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인권 침해에 관한 책임 규명을 위해 한국 등 동맹국 및 유엔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터너 지명자는 17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북한 인권 증진과 북한 내 자유로운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공개 회의를 재개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시하겠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해 유사입장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지명 이후 115일 만에 청문회 석상에 오른 터너 지명자는 모두발언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장기적인 인권 위기의 하나”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김정은은 고립된 국가에서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인권 상황 악화로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국제 안보에 제기하는 위협과의 연관성이 분명해졌다”며 “북한 주민에 대한 학대를 통해 (무기 개발) 자금이 조달되는 등 북한 체제의 인권 침해는 무기 프로그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해외로 송출된 북한 주민의 강제 노동, 학생 대규모 동원, 식량 불안 등을 거론했다.

터너 지명자는 “북한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고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북한 (당국)에 억압적인 법을 폐지하고 국제구호단체들이 독립적이고 원칙에 입각해 지원을 제공하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면으로 사전 제출한 발언문에서 억압적인 북한법의 사례로 남한 등 외부에서 제작된 콘텐츠 이용을 처벌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예로 들었다.

또한 “각국 정부가 강제 송환 금지 의무를 준수하고 유엔난민기구(UNHCR) 및 미국 재정착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탈북자 보호에도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를 강제 북송하는 중국 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터너 지명자는 재미 한인 이산가족의 북한 가족과의 상봉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 커뮤니티와 함께 미국 내 이산가족을 파악하고 가장 가까운 친척들과 조속한 상봉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납북자들을 포함한 가족 재결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너 지명자와 주라오스 미국 대사 등 5명의 대사 지명자를 대상으로 열린 이날 청문회는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종료됐고, 터너 지명자에 대한 질문은 한 개만 나왔다. 북한 인권 문제가 미 상원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터너 지명자는 상원 본회의에서 표결 절차를 거쳐 공식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과장인 터너 지명자는 지난 1월 6년 간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직에 지명됐다. 터너 지명자는 “한국계 입양인으로서 나를 환영해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고, 20년간 직업공무원으로 그 특권을 누렸다”며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가치 뿐 아니라 국가안보에 직접 연관된 핵심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인권을 증진해 왔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