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보아 못 나온다” 이승기법에 가요계 반발한 이유

이가영 기자 2023. 5. 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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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승기. /뉴스1

지난달 국회 상임위에서 이른바 ‘이승기법’이 통과하자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관련 5개 단체가 “현실을 외면한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단체들은 연예기획사 회계 내역을 공개하라는 주요 골자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청소년 연예인의 노동 시간 제한 강화 규정은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 협희 등 5개 단체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이른바 ‘이승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회계 및 보수 내역 공개 조항 신설에는 찬성한다”며 “다만 개정안에 포함된 다른 조항이 ‘이승기법’이란 이름으로 불공정한 사태를 바로잡는 내용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승기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지난해 10월 가수 이승기가 소속사에서 정당한 정산을 받지 못한 것이 발의 배경이다. 개정안은 연예인이 소속사의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수익을 정산받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소속사가 수익 정산 내역을 연예인에게 연 1회 이상 정기 제공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 예술인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 15세 미만은 주 35시간, 15세 이상은 주 40시간이었던 노동시간 상향 규정을 나이에 따라 다르게 했다. 12세 미만 주 25시간 및 일 6시간, 12세 이상 15세 미만은 주 30시간 및 일 7시간, 15세 이상 주 35시간 및 일 7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과도한 외모 관리나 보건‧안전성 위험이 있는 행위 강요, 폭행‧폭언 및 성희롱, 학교 결석이나 자퇴 등 학습권 침해 등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5개 단체는 청소년 연예인의 노동 시간을 제한한 내용이 청소년 연예인의 정상적인 활동을 막는 과도한 규제라고 했다. 이들은 “다양한 연령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의 정상적인 활동에 제약을 걸어 대중문화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 예정인 아이돌 그룹 베이비몬스터는 2009년생부터 2002년생까지 다양한 나이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인인 2002년생 멤버는 시간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지만, 2008년생 만 14살인 막내 멤버는 주 30시간만 활동할 수 있다.

‘미스터트롯’ 톱 7에 올랐던 2020년 정동원은 13살이었다. (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민호, 영탁, 임영웅, 김호중, 김희재, 정동원, 이찬원. /TV조선

이들은 “늦은 밤까지 책과 씨름하는 학생들과 다르게 세계적인 대중문화예술인으로 성장하고 싶은 청소년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했다. 특히 시간제한 규제의 경우 “방송사나 제작사가 해당 연령대 출연자를 기피할 수도 있다”며 “그로 인해 제2의 보아, 제2의 정동원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아는 만 13세의 나이에 데뷔했으며 정동원이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했을 때 나이 역시 13세였다.

5개 단체는 청소년 연예인의 학습권과 휴식권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추가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행법에 따라 15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노동 시간 제한을 준수했고, 그 결과 청소년 연예인의 평균 활동 시간은 2020년 기준 현저하게 짧아졌다고 했다.

5개 단체는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대중문화산업계 전체를 불공정 집단으로 매도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며 해당 조항 삭제와 산업계와 논의를 통한 법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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