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솔생태숲 - 150만 대전의 허파[정태겸의 풍경](47)
2023. 5. 18. 06:45
도솔산을 일컬어 ‘대전의 허파’라고 부른다. 시내 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습지 보전지역인 갑천이 곁에 있어 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까닭이다. 도솔산의 면적은 400만㎡(약 121만평) 규모다. 마을이 가까운 데다 고도가 높거나 너무 넓지 않아 하루 날을 잡아 휘적휘적 다녀오기에 좋다. 숲길은 대체로 완만한 편이다. 급격하게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드물다. 조금만 올라가면 이내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숲 안쪽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도 보인다. 가로수가 아닌 숲속에서 자생하는 건 처음 본다. 군락이 크지는 않다. 몇 그루에 불과하지만 이런 모습이 이 숲의 다양한 생태환경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산의 안쪽으로 깊이 들어갔다. 오솔길의 머리 위에서 하얀 별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꽃이 영락없이 별을 닮았다. 봄의 끝자락, 초여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때죽나무꽃이다. 태양을 등지고 서자 가지 위에 만발한 꽃이 햇살에 빛났다. 하얀 꽃은 송이째 땅으로 떨어졌다. 발치에 점점이 떨어진 곳은 마치 땅 위에 별이 박힌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계절이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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