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가족, 다름 속 같음의 미학[이주영의 연뮤 덕질기](2)

2023. 5. 1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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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친정엄마> 와 <맘마미아>
뮤지컬 커튼콜./이주영 제공


울 준비와 춤출 준비. 뮤지컬 <친정엄마>와 <맘마미아>를 접하는 마음은 상반된다. 자세한 줄거리는 몰라도 제목만으로 와닿는 정서다. 직접 본 <친정엄마>는 우려보다 유쾌했고, <맘마미아>는 생각보다 울컥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 <친정엄마>와 라이선스 뮤지컬 <맘마미아>는 전혀 다른 출발점을 갖고 있다. 고혜정 작가의 수필 ‘친정엄마’가 모태인 뮤지컬 <친정엄마>는 2009년 초연 이후 꾸준히 공연된 정통 가족극으로, 맞벌이 딸을 돕는 친정엄마 봉란의 삶을 해학적으로 풀었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스웨덴 혼성그룹 아바(ABBA) 노래로 엮은 아빠 찾기 프로젝트. 2004년 한국 버전 초연 이후 200만명 넘게 관람했다. 그리스 섬에서 엄마 도나와 민박집을 하는 소피에게 3명의 아빠 후보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작품은 대표적인 주크박스 뮤지컬(대중음악을 엮어 뮤지컬로 제작한 경우)이다. 귀에 익은 넘버들이 서사의 흐름에 따라 관객들의 흥얼거림과 박수, 어깨춤을 이끌어낸다. 배우들 역시 관객들 사이를 누비며 분위기를 돋운다. 처녀 시절 봉란의 전국노래자랑 참가 장면(<친정엄마>)과 도나가 친구들과 청춘을 회상하는 댄스 장면(<맘마미아>)이 대표적인 ‘흥(興)’의 구간이다. <친정엄마>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리움만 쌓이네’와 <맘마미아>의 ‘댄싱 퀸’, ‘맘마미아’는 세대를 초월한 싱어롱 곡이다.

동서양을 아우른 가부장 사회의 허상과 여성의 자아 확립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여성주의 작품으로도 꼽힌다. <친정엄마>의 친정아빠 부재와 <맘마미아>의 남 같은 3명의 아빠는 이를 형식화한 부분이다. 시아버지의 권위를 세우는 생일상 차림에 친정엄마들이 대거 동원되는 <친정엄마>의 연극적 연출과 도나 혼자 딸을 데리고 식장에 들어가는 <맘마미아>의 돌격형 연출이 주는 메시지도 흥미롭다. 언뜻 보면 동서양의 ‘다름’을 표현한 듯하나, 결국 여성의 독립에 친정엄마의 도움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웃픈’ 현실을 강조하는 장면들이다.

<친정엄마>는 결혼한 여성을, <맘마미아>는 결혼하려는 여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결말은 상이하지만 상통한다. 친정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엔딩과 결혼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소피가 긴 여행을 떠나는 엔딩은 희비극을 넘어선 딸들의 독립이다. 딸에게서 독립한 엄마와 엄마에게서 독립한 딸의 이야기는 결국 ‘인생은 나만의 것’임을 되새기게 한다.

<친정엄마>는 중소극장에서 공연되다가 올해 처음 대극장 뮤지컬로 규모를 키웠다. 새로운 넘버와 16명 앙상블의 맛깔스러운 군무를 추가했다. 친정엄마로는 초연부터 함께한 김수미와 정경순과 김서라가 출연한다. 딸 역은 김고은(별), 신서옥, 현쥬니가 맡았다.

레플리카 뮤지컬(라이선스 뮤지컬 중 배우만 빼고 음악·안무·무대미술 등이 모두 원작과 동일한 작품)인 <맘마미아>는 마치 그리스 섬에 있는 듯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주인공 도나는 최정원과 신영숙, 딸 소피는 김환희와 최태이가 참여한다.

뮤지컬 <친정엄마> 2023.3.28~2023.6.4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맘마미아> 2023.3.24~2023.6.25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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