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준 재앙, 미다스의 황금 손[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33)

2023. 5. 1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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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와 디오니소스’ (1629~1630년, 캔버스에 유채,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듯, 돈도 많이 벌어보고 많이 써본 사람이 집착한다. 한층 한층 탑을 쌓듯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돈을 왕창 벌기를 원한다. 내 능력으로는 부자 될 확률이 없지만, 남들이 가지지 못한 대화의 기술로 남들을 속여 이득을 취하려 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돈을 원했던 왕이 미다스다. 소아시아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는 아주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미다스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미다스의 손’이라는 말의 어원이 된 건 만지는 것마다 금으로 변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다스 왕이 ‘황금의 손’을 가지게 된 계기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만나면서였다.

어느 날 군사들이 국경 근처에서 술 취해 잠든 노인을 잡아왔다. 모든 사람이 그 노인을 이웃 나라의 첩자 같다고 말했지만, 미다스 왕은 노인이 디오니소스의 스승인 실레노스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본다. 미다스 왕은 실레노스를 정중히 모시고 열흘 낮과 밤 동안 연회를 베풀었다. 열 하루째 되는 날, 미노스는 실레노스를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준다.

디오니소스는 걱정하던 스승이 눈앞에 나타나자 크게 기뻐해 미다스 왕에게 스승을 잘 돌보아준 은혜를 갚고 싶으니 무슨 소원이든 말하라고 한다. 미다스 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으로 만지는 걸 모두 황금이 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디오니소스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왕에게 소원을 가졌으니 가보라고 한다.

자신의 궁전으로 향하던 미다스 왕은 행운을 시험해보고 싶어 길 위의 돌멩이를 잡았다. 그러자 돌멩이가 황금으로 변했다. 궁전으로 돌아온 미다스 왕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신하와 가족들을 초대해 화려한 잔치를 벌였다. 그가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바람에 참석자들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미다스 왕의 기적은 곧 재앙이 되고 말았다. 미다스 왕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위기로 바꿔버린 셈이다. 그의 탐욕이 만든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미다스 왕이 디오니소스에게 황금의 손을 선물 받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 니콜라 푸생(1594~1665)의 ‘미다스와 디오니소스’다. 디오니소스는 포도 넝쿨을 쓰고 손으로 미다스 왕을 가리키고 있고, 그 옆에 술에 취한 실레노스가 잠들어 있다. 실레노스가 들고 있는 기울어진 주전자는 그가 취한 이유를 설명한다. 무릎을 꿇고 앉은 미다스 왕이 왼손을 가슴에 얹고 디오니소스를 바라보고 있다. 왼손을 가슴 위에 얹고 있는 자세는 겸손하게 부탁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니콜라 푸생의 이 작품에서 디오니소스의 손은 미다스 왕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지만, 화난 표정은 그의 소원이 마음에 들지 않음을 암시한다.

현대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게 자랑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화의 기술로 돈을 벌 수도 없다. 현란한 대화의 기술로 벌고자 하는 그런 사람들이 요즘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돈은 정직하다. 피와 땀과 눈물을 먹고 큰다.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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