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주가 단기고점?…자사주 전량처분한 태경산업

최성준 2023. 5.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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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당 8265원에 98만주 처분…81억원 확보
자사주 처분 이후 주가 하락세…7000원대로

석회제조, 탄산가스, 비철금속, 고속도로 휴게소·주유소, 화장품 방부제 사업 등 7개나 되는 다양한 사업을 하는 태경산업이 지난 9일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어요.

▷관련공시: 태경산업 5월 9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태경산업은 지난 2018년부터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해 발행주식총수의 3.4%에 해당하는 98만5728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는데요. 이렇게 사들인 자사주 전량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발표한 거예요.

보통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시장에서는 호재로 여기죠. 유통주식수가 줄어들어 주식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자사주를 시장에 처분하면 유통주식이 늘어나 악재로 받아들이죠.

특히 최근 태경산업 주가는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자사주 처분 공시 이후 상승세가 꺾이고 말았어요. 회사는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왜 자사주를 처분했는지 자세히 알아볼게요.

보유 자사주 전량 자산운용사에 처분

우선 태경산업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살펴볼게요.

태경산업이 지난 9일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공시를 보면, W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을 대상으로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98만5728주를 처분하겠다는 내용이에요. 

블록딜은 주식을 살 사람을 미리 구해 시장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장 시작 전·후 거래하는 방식인데요. 일반적으로 블록딜은 전일 종가보다 할인한 가격으로 거래해요.

이 공시에서 언급한 주당 처분가격 9040원은 임시가격으로 공시 전날(5월 8일) 종가를 적어놓은 것이고요. 자사주 처분으로 조달할 약 89억원의 자금은 운영 및 시설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설명했어요.

유상증자와 다르게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구체적인 자금 사용계획을 밝히지 않아도 돼요. 따라서 공시만 봐서는 자금을 회사가 어떻게 활용할지 주주 입장에서 알 수 없어요. 만약 유상증자였다면 어떤 연구개발을 한다든지 어떤 설비를 만든다든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어야 했겠죠.

처분예정기간은 공시 다음날인 5월 10일부터 8월 9일까지로 밝혔는데요. 태경산업은 10일 곧바로 자사주를 처분했다는 공시(자기주식처분결과보고서)를 내놓았어요. 장내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매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블록딜로 한꺼번에 파는 방식이어서 곧바로 진행한 거죠.

태경산업은 예고한 대로 W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게 처분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49만2864주씩 매각했어요. 주당 처분가격은 전일 종가보다 8.6% 저렴한 8265원으로 태경산업은 81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어요.

자사주 왜 팔았을까?

시장 참여자들은 상장회사의 자사주 처분 결정을 주가 정점 신호로 해석하기도 해요. 특히 태경산업처럼 최근 주가가 급등한 종목에서 자사주 처분 발표가 나온다면 더더욱 그렇죠.

이유는 자사주 처분은 회사의 경영진(등기이사)이 모인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인데요. 경영진은 회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자사주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의 시점을 판단하기 마련이죠.

최근 태경산업은 국내 2차전지 기업이 망간 비중을 높인 배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오르고 있었어요. 태경산업의 수많은 사업 부문 중 비철금속사업부문에서 페로망간과 실리코망간을 생산하고 있거든요. 이에 지난 2월까지 6000원대에서 머무르던 주가는 지난 3일 1만920원까지 오르기도 했어요.

업계에서도 태경산업의 자사주 처분에 대해 주가 단기적으로 고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어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영 및 시설자금 조달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주가가 고점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해 자사주 처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어요.

다만 태경산업의 자사주를 사들인 W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태경산업의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태경산업이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선정한 경위를 보면 두 운용사는 중장기 투자 의향이 있다고 밝혔거든요.

일단 단기적으로는 태경산업이 고점에서 주식을 잘 판 상황이에요. 자사주 블록딜을 진행한 지난 10일 종가는 8200원으로 마감하며 블록딜 가격보다 더 낮아졌고요. 지난 17일에는 7500원까지 하락했거든요. W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매매 하루 만에 손실 구간에 진입한 뒤 현재 약 3억7700만원 가량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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