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재진 원칙·초진 일부 허용… 약 배송 제한
“폐지 땐 국민 불편 커 제도화”
감염병 확진자·거동불편자 등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 허용키로
약사와 협의, 약 재택수령 검토
플랫폼 업계가 요구한 초진 대상
만성질환·벽지 환자 등으로 확대
여러 이해집단 요청 절충점 찾아
백령도 등 의원조차 없는 섬 환자
대면 진료 이력 없이도 이용 가능
마약류 등 우려 약품 처방은 불허
기대 컸던 업계 아쉬움 표명
“이용자 편의성 떨어진다” 불만 토로
“업계와 논의 없이 발표 문제” 지적도
일부 기업, 초진 제외되자 사업 전환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예상대로 재진 환자, 의원급 의료기관을 원칙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다만 병원에 가기 어려운 감염병 확진환자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은 예외적으로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17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논의, 발표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이만희 수석부의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강기윤 의원,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국민 만족도, 효과성, 해외사례 등을 고려할 때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면 여러 가지로 국민 불편이 예상된다”면서 “비대면 진료를 연장해 상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정 합의안에 따르면 정부는 비대면 진료 3대 원칙으로 △국민건강 우선 △편의성 제고 △선택권 존중을 내세웠다. 환자 안전성 확보를 위해 재진을 원칙으로 하되 섬·벽지 환자나 65세 이상 거동불편자 등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와 감염병 확진 환자의 경우 초진을 허용키로 했다. 애초 복지부 추진방안에 포함됐던 휴일·야간 18세 미만 소아 환자의 비대면 초진 허용 여부는 추가 검토를 거쳐 시행 이전 확정할 예정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다는 원칙에도 예외는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희귀질환자나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한 환자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있다.
진료방식은 환자·의사가 상호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화상통신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스마트폰이 없거나 65세 이상 노인 등 화상통신 사용이 곤란한 환자들은 음성전화로도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당정은 이달 안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대상과 범위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환자들 불편과 의료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 후 8월31일까지 석 달간 계도기간을 둘 예정이다.
◆희귀질환자 병원급도 허용… 편의성 높이고 부작용 최소화
예컨대 인천 백령도나 연평도처럼 의원급 의료기관조차 없거나 현저히 적은 섬·벽지 환자들과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하거나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경우 이전에 대면 진료를 하지 않았더라도 화상통화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감염병이 또 유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감염병 확진환자나 특정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각각 1년과 한 달 이내 1회 이상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만성질환자나 기타질환자(의사 판단) 역시 비대면 초진이 가능하다.
이 같은 추진방안은 사실 복지부가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비대면 진료 관련 단체들과 끊임없이 협의한 결과다. 지난 2월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재진·의원급 중심의 비대면 진료 원칙에 합의한 복지부는 이후 플랫폼 업체, 약사회 등을 만나 비대면 진료 실시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복지부는 이번에 시범사업 참여기관의 준수사항도 마련했다. 진료 의사는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 환자인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하고, 의료법상 허가·신고된 진료실에서 진료를 해야 한다. 또 비대면 진료만 실시하는 의료기관이나 조제용 의약품만 취급하는 약 배달 전문 약국의 운영을 금지했다. 물론 마약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비대면 처방할 수 없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면 진료 법제화와 관련된 질문에 “코로나19 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면 비대면 진료가 불법화한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고 복지부 입장에서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된다는 점을 (국민들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비대면 진료가 제한적으로 허용됐지만 플랫폼 업계는 아쉬움을 표했다. 해당 논의에 플랫폼 업계가 참여하지 못한 데다 ‘약 배송’도 원칙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17일 당정이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 중 특히 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데 관해 불만을 터트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속한 비대면 플랫폼 기업 18곳 중 거의 모든 업체가 약 배송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한다.
전신영 닥터나우 이사는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은 나가서 받아야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반쪽짜리 아니냐”며 “비대면 진료를 받는 국민 대부분이 경증 진료인데, 약 배송이 서비스에서 빠지면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시범사업에서 초진이 빠지면서 실질적으로 서비스가 어려워진 곳도 있다. 비대면 질염 및 성병 자가 검사 키트 ‘체킷’ 서비스를 운영하는 쓰리제이가 대표적이다. 박지현 쓰리제이 대표는 “질염 및 성병 자가 검진 키트라는 서비스 특성상 의사를 대면하고 싶지 않은 고객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초진 비율이 높고, 초진 허용이 안 되면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이 재진부터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뒤 쓰리제이는 지난달부터 사업 전환에 돌입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유지혜·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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