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자영업 대출, 잠재 부실률 급등…670조 다중채무 '뇌관'
다중채무자 대출, 전체의 60% 넘어…"LTI 도입 등 관리 방안 마련해야"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그간 저금리 기조에서 바닥 수준을 기록해 온 '잠재 부실률'도 팬데믹 초기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 중 60%가 취약 차주인 '다중채무자'의 빚이라는 점에서 조만간 부실이 무더기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나이스평가정보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12월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보유 차주의 잠재부실률은 2.11%로 전기 대비 0.35%포인트(p) 상승했다. 잠재부실률은 2021년 4분기 1.71%에서 2022년 1분기 1.58%로 바닥을 찍은 후 2분기 1.60%, 3분기 1.76%로 매 분기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말 2.26%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잠재부실률이란 30일 이상 대출을 연체한 차주의 비중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90일 이상 연체부터 부실로 분류하는데, 잠재부실률엔 향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단기 연체까지 포함된 만큼,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부실까지 미리 가늠할 수 있다. 사실상 '부실 경고등'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7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경기까지 악화되자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2022년 3월말 연 3.57%에서 5.76%로 올랐다.
금융권에선 자영업 대출 리스크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은행권 대출과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 자영업 대출 특성상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수록 빚을 상환하지 못할 차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초 공개 석상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만큼, 당분간 고금리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체 자영업자 대출 중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상당한 수준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대출(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 합산) 중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67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62.3%에 달하는 수준이다.
비은행권 대출 비중도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지난 연말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보험·상호금융·저축은행·대부업 등 비은행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450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41.8%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 중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비은행권에서 빌린 차주의 비중은 18%로 전년 동기 대비 6.3%p 상승했다. 통상 자영업자는 은행권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후 개인 신용대출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한다.
설상가상으로 올 9월 말엔 자영업자 이자 상환 유예 조치도 종료된다. 10월부터는 금융회사에 제출한 상환 계획에 따라 미뤄둔 '코로나 부채'를 갚아 나가야만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금융회사, 그것도 비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건 경영 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는 방증인 만큼, 다중채무를 보유한 자영업자들은 향후 장기 연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 흡수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소득대비 대출비율(LT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LTI란 시중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회사에서 받은 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과 가계대출 합계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권은 '은행연합회 모범규준'에 따라 1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신규 취급 시 LTI를 산출해 여신심사 때 참고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악화되면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LTI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적극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며 "아울러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에 대한 홍보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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