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적용하니, 보험사 실적 '역대급'…논란은 지속

이명철 2023. 5.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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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손보 20개사 당기순익 4조7500억, 전년대비 28%↑
삼성생명·삼성화재 1위 수성, 자율적 CSM 따라 순위 경쟁
금융당국 보수적 기준 나오면 이익지표·배당성향 악영향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들이 대부분 큰 폭의 성장을 일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생명보험·손해보험업계에서 1위를 수성했으며 영업이익이 급증한 다른 보험사들의 순위 경쟁도 치열했다. 다만 이익을 평가할 때 자율성이 보장되는 IFRS17 특성상 단순 비교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향후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게 되면 큰 폭의 조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분기 이익…삼성·교보·한화, 삼성·DB·메리츠 순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20여개 주요 생보·손보사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총 4조7500억원으로 전년동기(3조7100억원) 대비 27.9% 증가했다. 10개 생보사의 합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7.9% 증가한 2조41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2.2% 증가한 10개 손보사(2조3352억원)보다 많았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1분기 순이익 7948억원을 올려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123.5% 증가한 수준이다. 이어 교보생명 4492억원, 한화생명 3569억원, 동양생명 1565억원, 신한라이프 1406억원 등 순으로 많았다.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6.5% 증가한 5801억원으로 손보사 중 최대 실적을 올렸다. DB손보는 4060억원, 메리츠화재 404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현대해상 3336억원, KB손보 2643억원 등 순이다.

보험사들의 1분기 순이익은 대체로 크게 성장했다. IFRS17에서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보험사의 주요 이익 지표인데 미실현이익인 장래 이익 예측을 반영할 수 있다. 손해율이나 유지율 등을 각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만큼 낙관적인 예측이 반영되면 이익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주요 보험사들의 1분기 CSM은 이전에 비해 개선됐다. 전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실시한 한화생명은 3월말 CSM이 9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CSM도 각각 11조3000억원, 12조3500억원으로 전년말대비 각각 5.2%, 1.2% 확대됐다.

다만 IFRS17 산출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라 1분기 보험사들의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년 전 실적을 어떤 회계기준으로 적용했는지, 어떤 가정을 반영했는지도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익의 증감 규모로 비교도 어렵다. 결국 1분기 실적을 놓고 보험사들의 본질 이익 창출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전 회계기준인) IFRS4는 가정의 영역이 간섭할 부분이 적어 회사간 비교가 쉬웠지만 IFRS17은 모든 회사들이 가정을 다르게 적용해 비교가 어려워졌다”며 “(CSM을 높이기 위한) 신계약 경쟁이 격화된 점도 1분기 이익 신뢰성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들쑥날쑥 실적에 당국 “가정 기준 세울 것”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가정을 반영해 이익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보험사 검사에 들어갔다.

이달 중에는 실손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등 주요 계리적(회계적) 가정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회계의 원칙을 지키되 자율성을 키우는 국제회계기준 취지를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들쑥날쑥한 보험사 실적에 대한 신뢰도 제고가 먼저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도 이달 15일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나라 보험은 상품 구성과 내용이 대동소이해 가정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앞으로 나올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험사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장래 이익을 공격적으로 가정했던 보험사들은 CSM이 감소하게 되고 향후 이익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IFRS17 적용에 따라 보험사들의 배당 정책 또한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 계약을 해약할 때 계약자에게 주는 해약환급금준비금(해약준비금) 항목이 신설됐다. 해약준비금은 대손준비금처럼 배당 가능 이익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추가로 적립할수록 배당 여력이 낮아지게 된다.

분기보고서를 보면 DB손보는 2조1076억원, 한화손보 1조5704억원, 롯데손보 3794억원, 현대해상 3525억원, 삼성화재 2591억원 등의 해약준비금 적립예상금액을 공시하기도 했다. CSM과 해약준비금 모두 IFRS17상 가정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대부분이 상장사인데다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만큼 무리한 가정을 세우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세부 가이드라인이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잡힌다면 이익 지표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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