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러운 부산 A매치, 부적합 경기장에서 ‘2500억원 가치’ 태극전사가 뛰어야 하나…지붕 보수도 100% 못 한다[SS포커스]

정다워 2023. 5.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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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으로부터 약 1.5m 떨어진 곳에 트랙이 자리하고 있다. 전력 질주하는 선수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캡쳐 | 쿠팡플레이


3월 A매치가 열린 울산문수경기장. 라인으로부터 잔디 구역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A매치 장소로 부적합하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음달 16일 페루와의 친선경기 장소로 부산을 확정해 발표했다. 2019년12월 동아시안컵 이후 약 3년6개월 만에 부산에서 A매치가 열릴 예정이다.

명분은 있다. 부산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지만 A매치 개최와는 거리가 멀었다. 동아시안컵을 개최했다고 하지만 이 대회는 유럽파 없이 치렀다. 당시 대표팀의 간판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출전하지 않았다. A매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열리는데 최근에는 대전, 울산 등 지방 대도시에서도 개최됐다. 지방 팬의 볼 권리를 위해서라도 지역 안배는 필요하다.

게다가 현재 정부를 비롯한 기업들은 2030부산엑스포 개최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손흥민과 김민재(나폴라), 이강인(마요르카) 등 한국의 슈퍼스타들이 부산에 뜨면 분명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 공적 차원에서도 부산 A매치 개최는 추진할 만한 이벤트다.

문제는 경기가 열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의 상태다.

이달 27일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는 제29회 드림콘서트가 열린다. 대규모 인원이 경기장을 찾아 잔디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은 2018년9월 칠레와의 A매치를 유치했다가 잔디 상태가 심각해 철회한 적이 있다. 당장 현재 잔디의 상태도 다른 월드컵경기장과 비교해 좋지 않다.

잔디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선수들은 잔디 상태에 예민하다. 현재 대표팀 주요 선수들은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축구 선진국에서 뛰고 있다. 경기장 잔디 상태가 최상위 수준인 나라들이다. 최근에는 K리그에서도 잔디 관리에 힘을 써 과거에 비해 좋은 환경에서 뛴다. 잔디 상태가 수준 이하에 머물면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선수들은 경기장에 오면 잔디 상태부터 확인한다. 굉장히 예민하고 중요하게 여긴다. 대표 선수들은 더 그렇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잔디는 이제 A매치의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됐다”라고 말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대표팀과의 평가전을 1-2로 패한 후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 인사하고 있다.2023.03.28. 상암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 경기장이 국제 대회를 치르기에 부적합한 이유는 또 있다. 협회 국제대회 승인 및 운영 규정 제18조(경기장 및 부대시설)에 따르면 터치라인 및 골라인으로부터 잔디 구역은 최소 1.5m 이상, 안전 구역은 최소 5m 이상 확보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이 조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인으로부터 1.5m 떨어진 부분까지 잔디가 있어 잔디 구역에는 문제가 없지만, 잔디 밖으로는 곧바로 트랙이 노출된다. 협회는 라인과 광고판의 거리가 5m이기 때문에 트랙이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안전 구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으나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최근 A매치를 치른 경기장을 관리했던 한 K리그 관계자는 “트랙은 안전 구역이라고 보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선수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다 라인 근처에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면 트랙으로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중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선수가 이 부분을 신경쓰기 때문에 전력 질주하는 데 방해도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월드컵 경기장은 잔디를 라인으로부터 최소 3~4m 떨어진 지점까지 심는다. 5m까지 심은 경기장도 있다. 부산 경기장은 잔디 부분이 너무 짧다. 선수들에게 위험한 환경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외관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인조잔디 설치를 권고하겠다고 했으나 피치에서 직접 연결되는 천연잔디가 아니라면 선수 안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도달했다. 유럽이적시장 전문 매체인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한국 대표 선수단의 시장가치는 1억7483만유로(약 2548억원)에 달한다. 손흥민 한 명만 해도 6000만유로(약874억원)의 가치를 지닌다. 김민재(5000만유로), 이강인(1500만유로), 황희찬(울버햄턴, 1200만유로), 황의조(FC서울, 500만유로), 이재성(마인츠05, 400만유로), 황인범(올림피아코스, 350만유로) 등도 수백에서 수십억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선수 개인의 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이들이 기준 미달 피치, 질 나쁜 잔디에서 뛰다 다친다면 이 경기를 개최한 대한축구협회와 잔디 관리에 책임이 있는 부산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판과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경기를 보는 팬도 자칫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지붕은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9개가 파손돼 날아간 채로 방치되어 있다. 협회에 따르면 A매치 때까지 지붕을 온전히 보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복귀만 가능한 가운데 비가 내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팬에게 돌아간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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