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두암 극복' 김우빈 "흡연신=CG…환우들에게 내 존재가 힘 되길"('택배기사')[TEN인터뷰]
"실망 안 하려 기대 안 했는데 기뻐"
"'외계+인'으로 13개월간 빔 쏘며 익힌 액션, 그래도 어렵더라"
"보여주기 위한 운동 아닌 건강 위해 운동"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제가 밝은 옷이 더 잘 어울려요. 제작발표회 날도 다들 검정색을 입지 않을까 싶어서 검정색도 준비해갔는데 오전에 스타일리스트 누나와 얘기해보고 카키색을 입은 거죠. 하하."
화사한 베이지톤의 슈트를 차려입고 인터뷰에 나온 김우빈은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 비인두암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돌아온 김우빈은 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올블랙 의상으로 무게감을 준 다른 배우들과 달리 김우빈은 카키색 재킷에 흰색 바지로 좀 더 밝은 분위기를 냈다. 건강한 모습과 더불어 화사한 분위기, 재치 넘치는 입담까지 암을 이기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우빈의 밝은 모습은 더욱 반가웠다.
김우빈이 주인공을 맡은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5월 8일~14일) '넷플릭스 TOP 10'에서 '택배기사'는 첫 주 3122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 부문 1위를 기록했다. 1위 소식에 김우빈은 "원래 기대를 안 해야 실망을 덜하니까 기대를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봐주시고 계셔서 놀랐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좋아하고 있다. 감사하게 순간 순간을 보내고 있다"며 기뻐했다.
김우빈이 연기한 5-8은 난민 출신으로, 오염된 대기와 헌터들의 공격을 뚫고 신선한 산소와 음식, 생필품을 배달하는 '전설의 택배기사'로 불린다. 난민 헌터들이 그의 쉬는 날을 노릴 정도로 막강한 전투 실력을 가진 5-8은 밤이 되면 몇몇의 택배기사들과 함께 난민들을 돕는 기사(Knight)로 활동한다.
김우빈은 이번 작품을 영화 '마스터'를 함께했던 조의석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그는 출연 계기에 대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조의석 감독님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믿어달라'고 하시더라. 이전에 작업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함께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한 번 합을 맞췄던 터라 굳이 많은 대화를 따로 하지 않아도 통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 당시에만 해도 모두 마스크를 쓰던 때라서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궁금했다. 캐릭터가 각각 살아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김우빈은 영화 '외계+인'으로 SF 장르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눈으로 직접 보면서 느끼는 것과 상상하면서 하는 건 차이가 있지 않나. '외계+인'을 무려 13개월 동안 하면서 하늘을 날고 빔을 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지만 어려운 건 어렵더라"라고 털어놨다.
액션 연기 경험도 많은 김우빈이지만 "액션은 다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어려웠다. 하지만 무술팀이 '마스터'로 한 번 호흡을 맞췄던 터라 형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액션은 리액션을 잘 받아줘야 사는 건데 형들이 잘 살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5-8의 액션이 현재 액션과는 달랐으면 했다. 현재는 많은 경험 통해 익숙해져있고 절제돼 있다면 과거에는 경험이 부족해서 투박하고 거칠고 날 것 같지만 상황과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잘 담겨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극 중 오염된 환경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촬영한 김우빈. 그는 "마스크의 기능이 아예 없다. 촬영용 소품이기 때문이다. 호흡하기 더 어렵고 습한 날엔 안에 습기가 고여서 마스크를 벗으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어 "어렵긴 했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긴 했다. 즐겁게 생각하면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웠던 건, 액션을 하면 움직이지 않나. 그래서 마스크를 고정시키려고 얼굴에 접착제를 붙이고 마스크를 썼다. 그걸 떼는 게 좀 아팠다"며 웃었다.
극 중 5-8은 애연가인 설정. 김우빈이 비인두암 투병을 했던 만큼 그의 건강을 고려해 흡연 장면은 CG 처리됐다고 한다. 김우빈은 "그냥 촬영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어색하긴 했다. 대본을 받아보니 5-8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인물이더라. 감독님이 건강에 안 좋다며 빼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 때 5-8 캐릭터상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어울릴 것 같았다. CG로 구현할 수 있다면 연기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CG팀에서 있는 걸 지우는 것보다 오히려 없는 걸 만드는 게 쉽다고 하더라"며 "모형 담배로 연기했다. 연기가 날 위치나 재가 떨어질 위치, 타이밍 같은 걸 계산하면서 나름 재밌게 연기했다. 결과물을 봤는데 진짜 같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품 공개되고 아버지께는 담배 장면 보고 놀라고 걱정하실까봐 CG라고 미리 말씀드렸다. 워낙 구현을 잘해주셔서 그런지 CG라는 걸 아시고도 몸에 안 좋진 않을까 걱정하시더라"며 웃었다.
비인두암을 극복했지만 여전히 대중은 그의 건강을 염려하기도 한다. 김우빈은 "잘자고 몸에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걸 안 먹으려고 한다"며 "운동도 꾸준히 한다. 예전에는 보여주기 위한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많이 하고 유산소도 많이 한다"고 건강 관리 방법을 밝혔다.
김우빈은 투병하는 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쉬는 동안 많은 응원을 받아서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나도 암이었는데 지금 너무 건강하다', '내 아내도 유방암 3기였는데 지금 건강하지 걱정마라' 등 주변에서 해주는 말이 가장 힘이 났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곤 안 좋은 이야기도 많아서 상처 받곤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났다"고 말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인두암을 투병 중인 환우들께도 내가 건강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조금은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된다. 내가 건강을 잘 유지하면서 내 위치에서 하는 일을 계속 하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가족 이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는 분들이 있구나 느꼈다. 더 열심히 건강 관리하고 많은 분들이 힘내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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