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거리투쟁, 정부는 불법철퇴…'출구 없는' 노정 갈등
기사내용 요약
민주노총 "윤석열 정권 퇴진"…대정부 투쟁 결의
정부, 노조 회계 이어 공공부문 단협 불법 칼 빼
노동계 하반기 줄투쟁 예고…경색국면 심화될듯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노정 관계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 노동자 분신 사망'을 기폭제로 노동계가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외치며 거리 투쟁에 나선 가운데, 정부도 불법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이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날 오후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결의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 의지를 재차 다졌다.
소속 간부의 분신 사망으로 지난 16일부터 '1박2일 총파업 상경 집회'에 나선 산하 건설노조를 지원 사격하며 투쟁의 동력을 한껏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참여했다.
민주노총과 건설노조는 노동절인 지난 1일 분신해 숨진 고(故) 양희동 씨의 죽음이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과 강압 수사 때문이라며 노조 때리기 중단과 함께 정부가 유족에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윤 정부 출범 1년을 맞은 지난 10일 "윤석열 정권 1년간 노동자들의 삶은 철저히 파괴됐다"며 정권 퇴진 투쟁을 공식 선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전날에도 "윤석열 정부가 취임 후 1년간 한 일이라고는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정당한 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몰아세우며 전방위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거듭 밝혔다.
노동계는 그간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을 '노동개악' '노조탄압'으로 규정하며 정부와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이어왔다. '주 최대 69시간',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고용 세습 및 채용 강요 논란 등을 놓고 곳곳에서 충돌했다.
그러나 최근 노동자 분신 사망까지 발생하면서 노정 갈등은 그야말로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날 페이스북에 분신 사망과 관련해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 가뜩이나 악화된 노정 관계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앞서 일부 언론이 '분신 당시 현장에 있던 건설노조 상급자가 양씨의 행동을 말리거나 불을 끄는 것을 돕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거들고 나선 것이다. 건설노조는 "2차 가해를 가한 공범"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연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노조의 잘못된 관행과 불법을 바로잡겠다고 천명하고 있어 노정 갈등은 당분간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공공부문(공무원·교원·공공기관)의 단체협약 및 노조규약 실태확인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2월 송파구청 단체협약과 전국공무원노조 규약에서 위법을 확인한 이후 전반적인 실태에 칼을 빼든 것으로, 총 479개 기관 중 179곳(37.4%)의 단협에서 불법 또는 무효로 판단되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단체협약 사항이 아니라고 법에서 정하고 있음에도 관계 법령에 반해 단협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불법은 즉시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노사 관계의 기본 원칙"이라며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공공부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공공기관 노조를 불법과 특권을 일삼은 파렴치범으로 몰았다"고 했다. 민주노총도 "노사 자치의 결과물에 임의로 불법 딱지를 붙이는 윤 정부의 노동 행정이야말로 위법"이라고 규탄했다.
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일관되게 보여준 노조 혐오, 노동 탄압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고 했고, 전국공무원노조는 "악법인 공무원노조법을 빌미로 한 공무원의 노조 활동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31일 금속노조 총파업, 6월 최저임금 투쟁, 7월 역대 최대 규모의 민주노총 총파업 등 하반기 투쟁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올해 내내 노정 간 경색 국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민주노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노총마저 총력 투쟁을 선언하면서 정부와 각을 세운 상태다. 한국노총은 올해 노동절 당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지금의 노정 관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1년이 지나도록 대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팽팽하게 줄다리기만 하다가는 그 줄이 완전히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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