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만 기대했는데 타격까지? 토론토서 달라진 키어마이어[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긴 커리어 동안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5월 17일(한국시간)까지 시즌 24승 18패, 승률 0.571을 기록했다. 비록 뉴욕 양키스에 2연패를 당했지만 여전히 5할을 훌쩍 넘는 승률을 유지하며 시즌 초반 순항하고 있다.
토론토는 비록 조지 스프링어가 부진하지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보 비셋이 건재하고 맷 채프먼이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며 타선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토론토 타선에 엄청난 힘을 불어넣는 선수가 있다. 바로 중견수 케빈 키어마이어다(이하 기록 5/17 기준).
키어마이어는 올시즌 35경기에 출전해 .327/.387/.522 3홈런 14타점 4도루를 기록했다. 비록 아직 규정타석에 조금 미치지 못해 비율지표의 순위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팀 내 '장외 타격왕'이다. 채프먼, 게레로와 함께 팀 내 3명 뿐인 OPS 0.900 이상 타자 중 하나다.
1990년생 빅리그 11년차 베테랑 키어마이어는 이름난 선수다. 2013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탬파베이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키어마이어의 강점은 단연 수비. 통산 3차례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중견수인 키어마어어는 의심의 여지 없는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외야수였다.
토론토가 올시즌에 앞서 키어마이어를 1년 900만 달러 계약으로 영입한 것도 수비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30대에 접어들며 수비력이 하락한 '비싼 몸' 스프링어에게 계속 중견수를 맡기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외야 중앙을 맡길 수 있는 수비수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강력한 공격력을 보유한 토론토인 만큼 라인업 한 자리 정도는 공격에 크게 기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이유가 있었다. 키어마이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수비수였지만 공격력은 최고와는 거리가 있었다. 탬파베이에서 10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248/.308/.407 82홈런 316타점 112도루. 리그 평균을 확실히 뛰어넘는 공격력을 선보인 시즌은 사실상 단 두 번 뿐이었고 그나마도 wRC+(조정득점생산력)이 120 미만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3할이 훌쩍 넘는 타율을 기록 중이며 기대지표도 준수하다. wRC+는 무려 146. 키어마이어의 공격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치다. 이제까지 한 번도 시즌 OPS 0.790 이상을 기록해보지 못한 키어마이어지만 올해 OPS는 0.900 이상이다.
물론 키어마이어는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 갑자기 기량이 성장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베이스볼 서번트가 제공하는 각종 지표에서도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가 곳곳에서 보인다. 땅볼 타구는 늘었고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줄어들었으며 빗맞은 타구의 비율도 올해가 가장 높다. 배럴타구 비율은 스탯캐스트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강타비율도 최근 5년 중 가장 낮다. 스윗스팟 명중율은 개인 통산 기록과 거의 동일하다.
키어마이어의 타격 성적이 오른 것은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상대로 2017년 이후 한 번도 타율 0.280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던 키어마이어는 올시즌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무려 0.414에 달한다. 결국 타석에서 가장 많이 상대하는 공은 패스트볼. 패스트볼 상대 성적이 좋아지면 타격 성적은 오를 수 밖에 없다.
다만 현재 성적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시즌 초반 예전과 달라진 눈에 띄는 타격 성적을 낸 타자는 많았지만 거의 모든 선수들이 현재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기량이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큰 나이인 키어마이어 역시 곧 성적 수치도 하락할 확률이 높다.
타격 성적이 떨어진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토론토가 당초 기대한 수비는 여전히 견고하다. 지난해 외야 수비가 줄곧 불안했던 토론토는 키어마이어의 합류로 한층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다.
과연 놀라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키어마이어가 올시즌을 어떤 성적으로 마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케빈 키어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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