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뛴 제주와 이별을 준비중인 이창민에게 묻다[인터뷰]

이재호 기자 2023. 5.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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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프로 3년차였던 2016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합류한 이후 어느새 8년차. 같은해 입단한 안현범과 정운은 중간에 군복무가 있었지만 이창민(29)만큼은 8년간 변함없이 제주 선수단에 존재했고 단 한시즌도 핵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제주 선수단에서 근속연수 1위인 이창민도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6월에는 병역의 의무를 위해 팀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 21개월간의 사회복무요원을 지내고 돌아오면 2025시즌이 될 것이다.

천천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이창민을 만나 개막 5경기 2무3패 이후 9경기 8승1패의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 제주 구단의 이유와 이별을 준비하는 소회를 들어봤다.

ⓒ프로축구연맹

▶팀 반전의 이유

제주는 2월26일 개막부터 4월2일 울산 현대전까지 2무3패로 리그 꼴찌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4월9일 강원FC전 마수걸이 승리 이후 FA컵 포함 3연승을 내달렸고 전북 현대에게 패하긴 했지만 4월26일 광주FC전 승리 이후 5월14일 수원FC전 5-0 승리까지 무려 5연승을 내달렸다. 최근 9경기 8승1패. 꼴찌였던 순위는 3위까지 올라왔다.

제주의 핵심 선수로써 생각하는 반전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창민은 "솔직히 강원전 첫승 때만 해도 경기력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냉정하게 대전을 이겼을때 선수단 사이에서 믿음의 고리가 채워졌다고 본다. 1승을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고 그 자신감이 갈수록 커졌다"며 "그리고 감독님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선수들은 감독님이 확실히 변했다고 느끼고 있다. 화를 내기보다 대화를 하려 하시고 더 합의점을 찾으려하고 있다. 화를 내야할 타이밍에도 내지 않으시니 오히려 선수들이 더 깨닫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큰 요인으로 골키퍼 김동준을 뽑고 싶다. 김동준이 뒤에서 버텨주니까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긴다. 신기하게 예전에는 '큰일났다'라고 생각한 위기도 요즘에는 '동준이가 막아주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동준의 경기력이 절정이다."

이창민은 "물론 8승1패를 하면서도 맘에 들지 않는 경기도 많았다. 특히 광주FC전은 승리하고도 아마 경기 직후 제가 인터뷰를 했다면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불만족스러운 경기였다. 홈에서 오랜만에 이긴 포항 스틸러스전도 경기력 면에서는 좋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긴다'는 것이고 이기다보니 자연스레 더 자신감이 붙고 흐름을 탄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미드필드 파트너 구자철, 10년의 파트너 안현범

제주는 3-4-3 포메이션을 쓰는데 이창민과 구자철이 중앙에서 버텨주기에 호성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 함께 나서고 있는 구자철과의 호흡을 물었다. 이창민은 "전 솔직히 매우 편하다. 제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항상 제 곁에 머물러 준다. 그게 정말 신기할 정도다. 다른 선수랑 중앙에 있으면 어떨 때는 주고받는 거리가 너무 멀어지거나 혹은 너무 겹쳐질 때도 있다. 그런데 구자철 형은 주고받고 하기 굉장히 편한 위치에 늘 있다. 확실히 구자철 형이 워낙 경험이 많다 보니 경기가 안풀릴 때 미드필더들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명확히 안다"고 말했다.

"구자철 형은 카타르에 계실 때도 무조건 제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셨는지 저에게 따로 연락하셔서 '너 언제 군대가'라고 항상 물으시면서 '빨리 갔다와라. 갔다와서 형이랑 진지하게 K리그 우승 한번 하자'고 하셨다. 지금 그런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제가 떠나야하는 상황인게 아쉽다."

오른쪽 윙백인 안현범과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제주까지 거의 10년가량을 함께 하고 있다. 동갑내기 친구인 안현범도 이창민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제가 올라갈 때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선수다. 그래서 10년간 함께 해오며 잘 맞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창민 역시 "이 타이밍에는 누군가 앞으로 뛰어가야하는데 하는 순간에 보면 안현범이 뛰고 있다. 그런 순간이 경기 중에 나오면 '아 얘랑 오래하긴 했나보다'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그런 순간이 왔는데 안현범이 없을 때 안현범 생각이 나더라"라며 웃은뒤 "신기하게도 안현범이 제가 그런 패스를 넣으려 할 때 딱 알고 높은 위치에 미리 가 있다. 그게 안현범이 말한대로 자신의 재능인가 보다. 그 감이 남달라서 내가 봐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창민(왼쪽)과 안현범. ⓒ프로축구연맹

▶8년간의 제주 생활

경남FC와 전남 드래곤즈에서 1년씩 거친 이창민은 2016년 제주에 입단한다. "떠올려보면 당시 많은 팀들의 제의를 받았다. 웬만한 K리그 팀들의 제의는 다 있었다. 그런데 제주를 택한 것은 현실을 본 것이었다. 당시 감독이셨던 조성환 감독님의 제의, 꾸준한 출전 기회에 대한 열망, 그리고 이후 목표였던 해외진출을 위해 제주가 좋은 선택이 될거라 봤다"고 떠올렸다.

"당시 선수들 사이에서 제주 구단은 구자철, 류승우, 홍정호 등의 사례로 인해 '해외로 잘 보내주는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실제로 제주 구단은 제가 중동 이적을 하려고 했을 때도 도와주기도 했었다. 끝내 무산됐지만 결국 사람은 다 자신의 때가 있나보다."

이창민은 "조성환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고 제주에 대한 애정 역시 커져갔다. 솔직히 처음에는 제주에 감흥이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저만큼 제주를 사랑하는 선수도 없을거다"라며 "계속 있으면서 '이렇게 감독님과 제주 구단이 나를 만개하게 해줬는데 감독님이나 구단이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떠나진 않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물론 해외 이적은 예외다. 은퇴 후 지도자를 꿈꾸는데 지도자 생활을 위해서라도 꼭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 그곳의 시스템, 외국인 선수로써의 마음, 다른 축구 문화 등을 배워 오고 싶다. 그런 상황에서 제주에서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 늦게라도 해외 진출 기회가 온다면 구단도, 팬들도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이창민. ⓒKFA

▶6월중 사회복무요원 시작할 듯… 축구하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원래 지난시즌 종료 후 병역을 시작할 예정이던 이창민은 여러 사정상 결국 시즌중 군복무로 계획을 바꿨다. 현재로써는 6월중 병역 시작이 유력한 상황.

"사회복무요원으로 하게 됐다. K4인 거제시민축구단에서 21개월의 복무기간을 함께할 예정이다. 일단 근무부터 하고 이후 훈련소에 입대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계획을 밝힌 이창민은 "섬을 떠나서 또 섬에 간다. 제 사주에 섬과 뭔가가 있나보다"라며 웃었다.

이창민은 "요즘 괜히 군대갈 때가 돼서 그런지 군용차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길가다 보이면 이상하게 눈에 들어온다"며 "K4에 가는 부담도 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을건데 뭔가 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을텐데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더 몸관리를 잘해야할 것 같고 모범적으로 생활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배가 돼야할 것 같은 부담 아닌 부담도 있다"는 속내를 밝혔다.

"저에게 많은 일이 있었지 않나. 저는 그저 지금도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모든 순간을 함께한 제주 구단이 남다르다. 남은 기간 제주를 가장 높은 순위에 올려놓고 떠나고 싶다. 2017년 우승에 근접했던 그 기운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다. 시즌 마지막에 저는 없을지 몰라도 제주가 반드시 깜짝 놀란 순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것에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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