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현대차 정년연장, 지금은 안되는 이유

이태성 기자 2023. 5. 1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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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노동유연성'에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노조가 정년 연장만을 요구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현대차는 뒤로 빠지라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의 정년 연장은 그 대가를 일자리를 찾는 젊은 세대, 더 나아가 현대차를 사용하는 국민 대부분이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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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현대차 노사가 이달 말부터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을 시작한다. 올해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는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에도 정년 연장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특근을 거부하는 등 파업 직전까지 상황을 몰고 갔다. 노조는 올해도 정년 연장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측은 정년 연장은 어렵다고 선을 그어왔다. 현재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은 파트는 파워트레인과 배기계 등 부품 조립인데, 배터리로 가동되는 전기차의 경우 이 과정이 없어 인력을 서서히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2019년부터 전동화 전환에 대비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3월 생산직 직원 5000명을 해고했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속한 다임러그룹은 2021년 직원 2만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현대차는 구조조정 대신 자연스러운 인력감소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한국에서 구조조정은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노조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현대차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현재의 급여체계에서 정년을 1년만 연장해도 현대차는 인건비로만 수천억원을 더 내줘야 한다.

여기에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정리해고는 어렵고, 이로 인해 신규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인력보다 모터나 배터리를 만드는 인재가 더 필요하지만 인력 구조의 빠른 변화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현대차는 파견근로자를 직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후 10년 동안 생산직 신규채용을 하지 못했다.

한국은 2025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정년 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년 연장보다 우선해야 될 것이 노동유연성 확보다. 상황에 따라 인력을 조정할 수 있어야 기업이 노동자의 정년을 부담감 없이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유연성은 141개국 중 97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6개국에서는 34위에 해당한다. 강성 노조가 자리 잡은 현대차는 노동 유연성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3월 말 노조 확대간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6.9%가 올해 단체교섭의 최우선 의제로 '정년 연장'을 꼽았다고 한다. '노동유연성'에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노조가 정년 연장만을 요구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현대차는 뒤로 빠지라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의 정년 연장은 그 대가를 일자리를 찾는 젊은 세대, 더 나아가 현대차를 사용하는 국민 대부분이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올해 정년 연장을 이유로 파업을 벌인다면 국민 대부분은 또한번 현대차 노조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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