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철원 고엽제 같은 아픔을 나누다] 1. 같은 고통, 다른 보상

신재훈 2023. 5.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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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비무장지대)에 대량 살포된 고엽제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은 경기·강원 접경지역 주민들이 만났다.

이들은 고엽제 살포가 이뤄진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만난 철원의 고엽제 피해자들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민간인이었지만 군부대에 동원돼 고엽제 살포를 도왔다.

김영기(89·철원 거주)씨는 지난 1960년대 말 고엽제 살포 당시 동원돼 직접 고엽제를 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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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고엽제 살포 동원 수십년 후유증…민간인 보상 먼얘기”
파주 김상래·박기수씨 철원행
“병원서 고엽제 피해 확인에도
군부대서 피해자로 인정 안해”
결핵·천식·피부병 50년 시름
▲ DMZ(비무장지대)에 대량의 고엽제 살포로 인해 피해를 받은 경기 지역 군부대 근무자들이 철원을 찾아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주민들을 찾아나섰다. 왼쪽부터 김상래씨(77·경기 파주)와 박기수씨(79·경기 파주), 김영기(89·철원), 권종인(86·철원)씨

DMZ(비무장지대)에 대량 살포된 고엽제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은 경기·강원 접경지역 주민들이 만났다. 이들은 고엽제 살포가 이뤄진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원도민일보는 경기일보와 함께 ‘파주·철원 고엽제 같은 아픔을 나누다’를 공동 기획,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들을 집중 조명한다.

17일 찾은 철원 생창리. 이 곳은 1960년대 말 DMZ 일대에 고엽제 살포가 진행돼 꾸준히 고엽제 후유증 문제를 제기해 온 지역이기도 하다. 이 곳에 경기 파주에 거주하는 김상래(77·미2사단 민사과와 대성동마을 근무)씨와 박기수(79·미2사단 38보병대 DMZ 근무)씨가 방문했다. 이들 모두 군에 있을 당시 고엽제 살포에 동원돼 50년이 지나서야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야 늦게라도 보상을 받았지만 민간인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진행되지 않아 대책 마련을 위해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박기수씨의 경우 이번 방문이 더 남다르다. 지난 1977년 당시 철원 김화중에서 기술 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기 때문. 혹시나 아는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졸업 앨범까지 들고 찾아온 그는 미군의 DMZ 지역에 살포한 고엽제로 인해 고통을 받은 시민들을 만났다.

고엽제 피해자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었지만 같은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 당시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들이 오갔다. 특히 이날 만난 철원의 고엽제 피해자들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민간인이었지만 군부대에 동원돼 고엽제 살포를 도왔다. 하지만 현행법상 고엽제 피해지원은 고엽제 살포 당시 근무했던 군인과 군무원에 한정돼 민간인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영기(89·철원 거주)씨는 지난 1960년대 말 고엽제 살포 당시 동원돼 직접 고엽제를 살포했다. 김씨는 “당시 인민군이 넘어오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며 나무 죽는 약을 뿌리라고 시켰다. 그 때는 이게 나쁜건지도 모르고 손으로 주무르기도 했다”며 “치료를 계속 받고 있지만 아직 피부병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철원 민간인 중 고엽제 피해자로 주장한 첫번째 아닐까 싶다”고 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도 민간인에 대한 보상은 전혀 진척이 없는 현실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씨는 “한창 논란이 될 때 국회의원들과 애를 쓰고 국방부와 국회에도 간 적이 있는데 성사되지 못했다”며 “결국엔 법을 고쳐야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또 “그때 당시 파주에서 고성까지 우리같은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들었는데 내가 아는 피해자들은 다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권종인(86·철원 거주)씨는 3사단 백골부대에 동원돼 1971년 보호장비도 없이 살수차로 고엽제를 직접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호흡기나 피부가 고엽제에 노출되면서 결핵과 천식같은 병을 얻었다. 권씨는 “당시 DMZ에 나무가 우거져 민간인들도 고엽제를 뿌렸다”며 “군부대에 경운기와 농약 뿌리는 통까지 동원돼 고엽제를 살포하고 고엽제가 안좋은 것도 모르고 재사용을 했다”고 했다. 그는 “고엽제로 병을 앓다가 신체검사를 했는데 결핵 증세가 있어 병원에서 고엽제 피해로 봤다”며 “하지만 군부대에서 해당 사실을 인정해줘야하는데 인정을 하지 않아 피해자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현행법상 고엽제 피해 지원이 군인과 군무원만 인정하고 있어 민간인은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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