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사회 건강권 간호사 역할 중요

-‘간호법’ 논란 계기, 의료인력 유출 막고 강화해야

대한간호협회에서 대리 처방과 기록, 채혈, 초음파 검사, 봉합 등에 대한 의사의 불법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넘어온 간호법에 대해 공포가 아닌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데 따른 간호사들의 저항이 커지고 있습니다. 간호법 거부를 결정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간호사 처우 개선을 포함해 5개 항에 대한 정책 방향을 내놓고 대응 중이나, 오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규탄대회가 예고되는 등 지속적인 파장이 예상됩니다.

이번 간호법 논란을 계기로 강원도와 같은 비수도권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지역사회 보건의료 및 요양 돌봄 공공시스템 구축 문제입니다. 강원도는 어느 타시도보다 의료기관 등의 접근성이 떨어진 낙후된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골든타임 내에 중증 및 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팽창과 병행해 대형병원과 병상 신설로 보건의료인력 유출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런 사정은 더욱 악화되는 중입니다.

특히 초고령화가 더 빠른 강원도에서는 심장질환, 당뇨병, 정신질환과 같은 만성적 질병을 앓는 노령층이 증가 추세입니다. 노인인구 중에서도 1인 가구가 늘면서 신체적, 심리적 건강 문제는 심각한 상태로 노출돼 있습니다.

이제 보건의료문제는 개인 차원이 아닌 지역사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과제가 됐습니다. 치매의 경우 관련 지식과 정보가 많을수록, 태도가 긍정적일수록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높을수록 예방행위가 활발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최소화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보고됩니다. 지난 3년간 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자가간호’ 필요성도 중요해졌습니다.

정부는 국민 누구나 거주지에서 생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지만, 심각한 보건의료인력 부족난을 겪는 강원도 현실이 언제 개선될지 낙관이 어렵습니다. 농촌은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간호사마저 무방비로 유출된다면 의료수준은 고사하고 절대적인 숫자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정부는 특히 열악한 비수도권 주민의 건강권을 제대로 지키는 조처를 내놓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