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우크라이나의 교훈

남궁창성 2023. 5.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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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모스크바에서 대륙열차를 타고 바르샤바로 이동했다.

동행했던 러시아 전문가는 손을 들어 대평원 넘어 남쪽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알려줬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우크라이나는 '블러드랜드', 피에 젖은 땅이었다.

스탈린이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을 구축하던 1932년부터 2년간 기아를 통한 대규모 살인으로 우크라이나 국민 300만명 이상이 죽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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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모스크바에서 대륙열차를 타고 바르샤바로 이동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국경을 마주한 브레스트를 경유하며 잠시 열차에서 내렸다. 동행했던 러시아 전문가는 손을 들어 대평원 넘어 남쪽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알려줬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우크라이나는 ‘블러드랜드’, 피에 젖은 땅이었다. 스탈린이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을 구축하던 1932년부터 2년간 기아를 통한 대규모 살인으로 우크라이나 국민 300만명 이상이 죽어 나갔다. 농장 집단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식량 곳간을 수탈하면서 빚어진 정치적 살인이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자작나무 숲과 드네프르 호수를 끼고 두시간여를 질주하면 초르노빌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프리퍄트가 있다. 지금은 유령 도시지만 한때는 5만여 명이 북적이던 신도시였다. 1986년 4월26일 ‘현대판 폼페이’라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다. 소련의 관료주의와 폐쇄성, 그리고 목표 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최악의 인재였다.

작년 2월24일 이후 우크라이나는 독재자 푸틴과 전쟁 중이다. 침략 전쟁은 내년 임기가 끝나는 자신의 종신 집권을 위한 도박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2년 동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은 90년 전 정치적 기아나 37년 전 원전 폭발 만큼 치명적이다.

소련이 1930년대 자행한 대규모 기아는 개러스 존스 기자의 고발을 계기로 스탈린의 사회주의는 환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할 권리를 부여한 ‘글라스노스트(개방)’를 촉발했다. 그리고 1991년 12월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소련 해체를 불러왔다. 푸틴의 전쟁도 국제사회의 견고한 연대와 지원 속에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라는 분석이다.

미래 세대에게 어떤 가치를 이야기하고,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100년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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