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대기 '0' 선언…모듈러·비정규직 '총동원' 괜찮을까
기사내용 요약
교욱부, 초등 돌봄 대기 8700명…연내 해소
교육계 "속도 내기 전에 인력·공간 확충부터"
늘봄교사 '법제화' 추진…교육계 반응 주목돼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해 안에 초등학교 돌봄교실 대기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제대로 된 공간과 정규직 인력 확보는 여전한 숙제로 평가된다.
우선 올해는 당장 도입 가능한 모듈러 교실, 기간제 교사, 자원봉사자 등 비정규직을 투입할 태세지만 학교 현장의 거부감이 크다. 이에 교육부는 새로운 비교과 전담 '늘봄교사' 제도 도입을 꺼내 들었다.
18일 교육계에서는 전날 이 부총리가 발표한 '초등돌봄 대기 해소와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 방향'에 결국 인력·공간 문제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등 돌봄교실은 2010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 이후 맞벌이 등 가정의 돌봄 부담을 해소하고 저출생 보완책으로 역대 정부에서 규모를 확대해 왔다.
매년 학교 돌봄교실을 늘려 왔지만 여전히 한 반에 30명 가량인 수도권 과밀학교에서는 새 교실을 늘리기 어려워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날 공개된 지난 4월30일 기준 대기 인원 규모(8640명, 신청자 대비 대기율 2.8%)는 최근 6년 새 가장 적은 수치라는 점에서 성과로 볼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기자 65%(5572명)가 신도시가 많은 경기 지역에 쏠렸다는 점을 보면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는 못한 상황이다.
대기자를 1년 전(1만5108명·대기율 4.9%)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떨어뜨릴 수 있었던 배경도 교육부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 스스로도 공간은 정식 돌봄교실 대신 도서관, 특별실, 남는 교실을 활용했고, 인력은 정규직 교사나 돌봄전담사 대신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자원봉사자, 퇴직교사 등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자연히 교원단체 등 이해당사자의 거부감도 커졌다.
돌봄 유형과 방과 후 학교 강좌를 확대한 '초등 늘봄학교' 시범 사업을 진행한 학교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담임 교사가 수업과 돌봄을 병행하는 사례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학부모들도 당장은 만족하지만 과연 지속 가능한지 의문을 나타낸다.
전날 이 부총리는 "초등 돌봄 대기는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연내 돌봄 대기자 수를 제로화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는 우선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모듈러 건물까지 쓰겠다고 밝혔다.
모듈러 교사(건물)는 내진·소방·단열·에어컨·방음 성능을 갖춘 조립식 건물이다. 지난 정부 시기 40년 넘은 노후 학교를 최신식 시설로 보수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등장해 논란이 됐다.
2021년 서울 지역 9개 학교에서 학부모 반발로 이 사업이 철회됐는데, 우려를 산 원인 중 하나가 모듈러 교사였다. 당국이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안전을 담보했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과거의 철제 컨테이너 간이 교실을 떠올리게 해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돌봄교실 학생 수도 필요할 경우 늘릴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교실당 학생 수 기준(20명)을 완화해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하게 한 결과 올해 경기 지역의 돌봄 대기 수요를 19%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생 수 완화는) 부득이한 경우로만 한정해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돌봄 취지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육청은 리모델링을 통해 일반·돌봄 겸용교실 확충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교원노조들은 "교육권 침해", "교실은 교육공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인력 역시 비정규 인력도 가능한 활용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학기 초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초1 에듀케어 운영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정책은 결국 담임 교사에게 보육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라며 "짐을 지우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퇴직 교원, 노인 인력처럼 돌봄 전문 역량과 무관한 땜질 인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향을 고집했다"며 "또 다른 부실을 양산하고 쥐어짜기식 희생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교육부도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법제화와 자문기구로 해법을 모색키로 했다.
인력은 비교과 '늘봄 담당 교사제' 신설을 추진한다. 마치 보건교사나 진로·진학 상담교사처럼 돌봄과 방과 후 학교 업무를 전담할 정규 교사를 배치하고, 법제화로 '일정 규모 이상 학교에 몇 명 배치'와 같은 근거를 만들어 정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늘봄교사가 배치되면 담임은 수업에 집중할 수 있고, 신규 교사 감원에 따른 임용대란 우려도 어느 정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입법 과정에서 교원단체 입장도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돌봄은 교사의 본질적인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해 온 교직사회의 반응이 주목된다.
1만2000여명 규모인 공무직 돌봄 전담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경기·강원·전북교육청이 돌봄 수요에 맞춰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공간은 자문기구(싱크탱크)에서 풀어간다. 이달 중 발족할 '미래교육돌봄연구회'에 건축 전문가를 참여시킨다. 연구회에서 창의성과 정서 발달을 고려한 돌봄 특화 공간을 디자인하면 이를 적극 반영한다.
다만, 이를 두고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소수 친정부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만 정책 개선을 한다면 오히려 객관성을 가진 개악이 될 것"이라며 "논란과 갈등을 바라지 않는다면 현장 주체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적 구성도 쟁점이 될 모양새다.
뒷받침할 예산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위원은 "학부모 의견이나 저출산 등을 감안할 때 돌봄의 양을 확대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지난해까지 '초등 돌봄교실 시설 확충' 명목의 국고가 연간 210억원이 편성됐으나 현 정부 들어 종료됐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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