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티아고 - 운탄고도를 가다] 10. 자연과 광부의 삶 공존하는 귀한 존재

김우열 2023. 5.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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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르내림도 산을 타고 오가네
태백-정선 경계 백두대간 중간지점 위치
사계절 다르게 피는 야생화 장관 연출
동서남북 탄광 즐비·사택촌 이어져
일터-집 오가는 산 광부 희로애락 품어
통리 5일장Ⅰ10일 간격 산·바다 산물 만나는 진풍경
오로라파크Ⅰ통리역·철도 부지 ‘밤하늘’ 테마파크로
탄탄파크Ⅰ한보탄광광업소 유산 디지털콘텐츠 구현
▲ 함백산에서 본 백두대간

아름다운 사계를 자랑하는 함백산(1573m)은 광부들에게 있어 힘든 하루를 위로받는 최대 ‘안식처’다. 동서남북으로 석탄이 많이 묻혀있는 국내 유수의 탄전(炭田)지대여서 자연과 광부의 희로애락 삶이 공존한다. 일터(탄광)와 가족(사택촌)을 이어주는 꿈과 사랑의 ‘오작교’이면서 장쾌한 풍경과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낭만산’이기도 하다.

▲ 함백산 여름

■일터와 자연, 가족을 잇는 길 ‘함백산’

탄광도시에서 아버지의 얼굴은 ‘광부’다. 탄탄한 어깨와 두껍고 바짝 마른 입술, 시커먼 얼굴, 거친 손으로 볼썽사납고 부끄럽던 아버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 세상에서 가장 듬직했던 당신의 모습을. 생사를 넘나드는 ‘막장’에서 ‘검은 노다지’ 석탄을 캤던 아버지는 고도성장을 일궈낸 영웅이었다.

함백산은 오래 전 부터 광부들과 동고동락했다. 일터와 가족(집)을 만나기 위해서는 함백산을 거쳐야 했다. 그렇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광부들은 함백산을 ‘싫은길, 좋은길’로 구분했다. 일터로 가기 위해 함백산을 오를 때는 자연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폭발 등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함백산을 내려올 때는 발걸음이 가볍고, 오를 때 놓쳤던 자연을 맘껏 만끽한다. 퇴근길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함백산은 태백지역 광부들의 삶에 있어 가장 의미있고 귀한 존재다.

▲ 함백산 드라이브코스

태백시와 정선군의 경계를 이루며 아름다운 사계를 자랑하는 함백산은 대덕산에서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갯길로는 만항재와 두문동재가 남쪽과 북쪽에 있다.

함백산은 태백의 진산으로 불린다. 태백의 지명유래를 보면 대산(大山)이자 신산(神山)이며 세계의 중심이 되는 산이라고 했다. 삼국유사에는 상함백산, 중함백산, 하함백산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가장 큰 매력은 사계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생화도 계절별로 피어난다.

무연탄 생산의 중심이기도 했다. 그 옛날 어룡광업소, 함태탄광, 사북광업소, 정암광업소, 삼덕탄광 등 동서남북으로 탄광이 즐비한데다 큰 호황을 누렸다.

▲ 탄탄파크 전경

남쪽 기슭에는 자작나무숲이 있다. 1993년 폐광된 함태탄광 자리다. 지지리골로 내려가는 길이 함태탄광에서 석탄을 실어 나르던 운탄 도로다. 지지리골을 거쳐 함백산을 다 내려오면 가족이 있는 집(함태탄광 사택촌)이 나타난다. 지금은 상장동 벽화마을로 유명하다.

정선 고한과 태백을 연결하는 태백선의 정암터널 공사는 우리나라 철도건설 사상 난공사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정암터널을 빠져나온 열차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추전역(해발 855m)을 통과해 황지로 향한다. 추전역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고갯길인 대관령(832m) 보다도 23m 높다. 그렇다 보니 연평균 기온이 우리나라 기차역 가운데 가장 낮고, 한겨울에는 영하 30도에 달할 정도로 몹시 추웠다.

함백산길은 함백산 소공원에서 국가대표 고지훈련장, 오투리조트, 임도, 자작나무 힐링숲, 지지리골 쉼터, 상장동 벽화마을로 이어진다.

▲ 오로라파크 야간 전경

■ 운탄고도 함백산 주변의 명소들

사람 냄새가 정겹다. 1998년 12월 개설된 이후 동해와 삼척, 영월, 정선, 경북 울진과 봉화 등 전국 각지에서 장꾼이 온다. 장이 서는 날은 5일, 15일, 25일이다. 5일 간격으로 열리는 타 시골마을의 장과 달리 10일마다 열리는 장이다. 옛날에는 장사꾼들이 동해시 묵호·북평에서 비둘기호 열차에 해산물을 싣고 올라와 팔았다. 산속·바다의 산물과 만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수산물과 함께 국밥, 통닭, 족발, 떡, 부침개, 메밀묵 등 산해진미로 배를 불릴 수 있다.

2012년 폐쇄된 통리역과 철도 부지를 활용해 철도와 별을 주제로 태백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이야기하기 위해 조성된 테마파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을 모티브로 해 세계 5개국(한국·미국·스위스·호주·일본)의 고원 역사를 캐릭터 하우스로 만나볼 수 있다. 눈꽃전망대에서는 태백의 푸른 하늘과 힘차게 뻗은 낙동정맥, 백두대간과 동해안지역의 아름다운 산세를 조망할 수 있다.

통리 지역의 석탄산업을 대표했던 한보탄광 광업소의 폐광유산(폐광부지와 폐갱도)을 활용해 조성된 테마파크다. 최신 IT콘텐츠기술을 접목해 새롭고 독특한 동굴 디지털콘텐츠를 구현했다. 기존 ‘태양의 후예’ 세트장과 드라마 속 건축양식을 구현한 건축물은 아름다운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뤄 이색적이고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탄광 속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관람객들의 방문을 통해 빛으로 깨어나 어두운 갱도에서 세상으로 퍼져나가 빛과 온기를 연출한다. 김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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