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롤링리세션과 호프 사이클

김성재 미국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23. 5. 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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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제의 전 부문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적 위기를 초래해 왔다.

과거에는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경기 하강이 전 부문에 걸쳐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침체 속도도 빨랐다.

금리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테크와 부동산 부문에서는 대거 정리해고가 나타났지만 호텔레저 업계는 대규모 고용에 나서고 있는 것이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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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제의 전 부문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적 위기를 초래해 왔다.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산정하는 할인율의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그 여파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기업의 매출과 순익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채권시장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래 단기금리의 평균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기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단기금리가 낮아짐을 뜻한다. 또한, 단기금리의 하락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경기침체가 가시화했을 때 금리인하에 나선다. 즉, 채권시장에서의 장단기 금리역전은 멀지 않은 미래에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을 시사한다. 실제 최근 3개월 만기 미 국채 금리는 5.2% 내외이지만 1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4.7%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채권시장이 금년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걸쳐 비교적 큰 폭의 연준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도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인사의 발언에서 조만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짐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과 연준 사이에 이와 같은 인식차가 존재하는 이유는 최근에 진행되는 경기침체의 양상이 과거와는 상이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경기 하강이 전 부문에 걸쳐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침체 속도도 빨랐다.

반면 최근의 경기침체는 어느 한 부문에서 경제가 얼어붙어도 다른 부문은 왕성하게 확장하는 롤링리세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테크와 부동산 부문에서는 대거 정리해고가 나타났지만 호텔레저 업계는 대규모 고용에 나서고 있는 것이 한 예다.

그렇다면 미 경제가 롤링리세션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경제가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팬데믹의 타격으로부터 회복되는 속도와 그 후 침체에 빠지는 과정이 부문별로 상이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테크부문과 부동산업계는 팬데믹 기간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다. 저금리와 늘어난 유동성 그리고 풍부한 가계자금을 바탕으로 수요가 절정에 이르면서 매출이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호텔레저나 리테일, 서비스 등 대면접촉이 필요한 부문은 지속적인 인력난에 시달렸다.

김성재 미국 가드너뒙대 경영학 교수


건강과 통근 등의 문제로 이 부문에서 기존 직원이 대거 퇴직했지만 신규 직원은 진입을 꺼려 구인난이 만성화했다. 반면 팬데믹 기간 움츠렸던 여행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 부문의 성장과 고용은 매우 강력한 형태로 나타났다.

한편, 롤링리세션의 진행과정은 이른바 호프(HOPE) 사이클로 설명되기도 한다. 경기가 주택(H), 신규주문(O), 기업이익(P), 고용(E)의 순서로 피크를 보이고 침체에 빠진다는 얘기다. 현재 기업이익이 정점을 지났고 조만간 고용도 그 뒤를 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호프 사이클이 롤링리세션을 만나 고용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준이 쉽사리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까닭이다.

김성재 미국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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