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킨잘 6기 등 격추” 러 “패트리엇 시스템 파괴”

조성호 기자 2023. 5. 18.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방패 대결, 전쟁 승패 좌우할듯

러시아 국방부가 16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동원한 고정밀 타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최근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일격을 당하고, 내부 갈등이 표출되는 등 뒤숭숭한 상황에서 모처럼 성과를 거뒀다고 한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러시아가 키이우를 겨냥해 킨잘 6기가 포함된 미사일 18기를 한꺼번에 발사했지만 모두 격추했다”며 상반된 내용을 발표했다.

외신들은 이번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패트리엇에 손상을 입혔지만 피해는 치명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16개월째에 접어들고, 최근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공언하면서 러시아의 ‘창’ 킨잘과 우크라이나의 ‘방패’ 패트리엇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레이시언사(社)가 개발한 패트리엇은 미·독일·네덜란드가 지원해 지난달 키이우에 설치됐다.

킨잘이 탑재된 러시아의 미그31 전투기./AP 연합뉴스

‘단검’이란 뜻의 킨잘은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날 수 있는 극초음속 공대지·공대함 미사일이다. 기존의 지상 발사 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조해 만들었다.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존재를 알린 것은 2019년 12월 북극 인접 지역에서 러시아가 시험 발사를 진행하면서다. 최고 비행 속도가 무려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시속 1만2240㎞라고 러시아는 주장했다. 최장 사거리는 3000㎞다. 레이더 탐지 회피 기능이 뛰어나 현존하는 대부분의 방공 시스템을 따돌릴 수 있고 재래식 탄두뿐 아니라 핵탄두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러시아는 밝혔다.

기존 미사일과는 차원이 다른 성능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긴장했다. 러시아는 킨잘을 흑해와 카스피해에 가까운 자국 남부 지역에 배치해 시험 운용해 왔고,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실전 투입해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 타격 등에 활용했다. 현재 지상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러시아는 킨잘의 타격 정확도가 개선돼 불리한 전황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주길 고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꺼내 든 패트리엇은 킨잘에 대응할, 가장 신뢰성 있는 방어책으로 꼽힌다.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1대와 독일과 네덜란드로부터 공동으로 넘겨받은 1대가 지난달 전선에 투입됐다. 전투기가 하늘에서 발사하는 킨잘과 반대로, 땅에서 하늘을 향해 쏘는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시스템이다. 패트리엇은 소련과의 냉전이 최악으로 치닫던 1960년대 중반 미 국방부가 개발을 시작해 1969년에 처음 발사한 샘(SAM)-D 미사일이 모체다. 미국은 이 미사일을 독립 200주년이던 1976년 ‘애국자’라는 뜻의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으로 명명하고, 198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실전에 배치했다.

패트리엇이 강력한 이유는 미사일뿐 아니라 전투기도 요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지 반경이 최대 150㎞에 달하는 레이더를 통해 장거리에서 날아오는 비행체를 확인하고 최고 시속 5000㎞의 미사일로 요격해낸다. 1984년 전쟁에 투입되기 시작한 패트리엇은 개선을 거듭하며 공중전 최고의 방패로 자리 잡았다. 패트리엇은 특히 구 소련제 및 러시아제 무기와의 대결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1990년 발발한 걸프전에서는 이라크의 주력 미사일이던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해 미국 주도 연합군의 승리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엔 시리아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러시아제 수호이-24를 격추시키며 사람이 타고 있는 비행체까지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들어 지상전에서 우크라이나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는 패트리엇을 뚫기 위해 킨잘을 발사하고 있지만, 아직은 ‘방패’를 뚫지 못했다. 이달에만 4일, 13일 두 차례 킨잘을 발사했는데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막아내면서 인명 피해는 부상 몇 명을 제외하면 없었다. 미국 측은 “잠재적 손상을 입었다”면서도 “(패트리엇) 시스템의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창(킨잘)과 방패(패트리엇)의 대결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누가 이기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러시아는 전쟁 직전 킨잘을 50발 정도 소유하고 있었는데 확인된 것만 이미 20발 정도를 소모했다. 계속해서 킨잘이 요격된다면 더 이상 쓸 수 있는 무기가 없어진다. 패트리엇 역시 영원한 방패가 될 수는 없다. 패트리엇의 최첨단 레이더는 적을 감지하는 데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지만 강력한 전파로 인해 요격을 반복하다가 위치가 발각될 수 있다. CNN은 “패트리엇은 크고 고정된 발사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치를 파악하고 집중 타격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