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산은, 새 성장축 발전에 동참하길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이 지난달 11일 부산상공회의소 주관 부산경제포럼 특강에 이어 지난 10일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가 개최한 부산섬유패션정책포럼에서도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최근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은행의 역할’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산은이 부산으로 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물론 이전 이후 산은의 역할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부산으로 산은을 옮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제로 성장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이은 새로운 성장축이 필요하고 그러한 역량을 가진 곳이 부산이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그가 직원들의 반발에도 얼마나 절실하게 부산 이전을 고민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 그는 제로 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자료를 인용해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이 1990년 10.8%에서 2022년 2.6%까지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은 물론 1990년 이후 설비 투자 증가율 감소 등 우울한 지표가 잇따랐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205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 내외로 전망되며 생산성 개선이 부진하면 0%에 그칠 것이라고 소개했다. 2050년이면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나 나이지리아가 한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전망도 내놓았다. 강 회장은 “대한민국이 경제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성장을 창출하는 산업 육성, 국가 지속 발전을 위한 지역 성장, 경제 위기에 대응한 시장 안정을 산은의 3대 코어(core) 비즈니스로 삼겠다”며 “산은 본사의 부산 이전 역시 이 같은 틀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두 번째 비즈니스로 꼽은 ‘지역 성장’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정책적 목적의 지원 체제 구축 ▷지역 핵심 제조업을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신산업으로 전환 유도 ▷수도권에 비해 취약한 비수도권 벤처 투자 환경을 과제로 꼽았다. 행사 다음 날인 지난 11일 산은이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서 ‘KDB 동남권 스타트업 모닝 피치’ 오프닝을 열고 지역 특화 벤처 플랫폼 ‘V:런치(Launch)’를 개설한 것도 이러한 의지의 표현이다. 산은은 이 행사를 통해 ▷전문가 자문을 통한 기업의 질적 성장 지원 ▷기업 홍보(IR) 기회 제공 ▷투자자 네트워킹을 통한 투자 유치 지원 등을 매년 5회씩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부산 이전 이후 지역 공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부산에서도 산은 이전의 논리로 제시하는 국가 균형발전을 더는 강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균형발전을 위한다면 부산이 아니라 부산보다 더 낙후된 곳으로 산은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개 성장축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산은 한때 국가 경제를 이끈 저력이 있는 곳으로 성장축으로 삼을 만하다”고 했다.
강 회장이 부산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세우려는 반면 산은 노조는 17일에도 ‘344일 차 이전 반대 아침 집회 및 241일 차 강석훈 회장 퇴진 촉구 집회’를 진행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와 함께 산은 부산행을 저지할 마지막 수단으로 정치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노조 조합원과 가족 및 지인에게 여야 권리당원 가입을 권유해 현재 권리당원 규모를 1500여 명까지 늘렸으며 향후 1만 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당원에 산은 직원이 포진해 있으면 총선을 앞둔 시점에 당내 선거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취지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산업은행법이 개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권리당원이 100만 명에 달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산은 직원들에게 권한다. 삶의 터전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동안 수도권을 발전시킨 것처럼 새 성장축인 동남권 성장에도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 최고의 인재가 모인 산은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실력으로 보여줄 때다.
유정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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