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덮친 ‘5월 괴물폭염’… 베트남 44도, 중국 40도, 시애틀 32도
한반도를 달군 ‘5월 더위’는 서(西)태평양 수온이 높았기 때문이다. 열대 동태평양 특정 구역의 수온이 내려가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서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는데 최근 3년간 라니냐가 이례적으로 연속 발생했다.
16일 강원도 동해안 강릉·속초·동해에서 역대 5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한 것은 라니냐 끝물에 여전히 높은 서태평양 수온이 더운 공기를 한반도 쪽으로 계속 밀어 넣은 결과다. 라니냐 땐 우리나라 남쪽으로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며 한반도 부근에 이동성고기압이 잘 형성된다. 바람이 잘 불지 않고 비도 잘 내리지 않는 고기압 특성상 잔잔하고 맑은 날씨 속 햇볕이 내리쬐며 기온이 크게 오른다. 여기에 고기압 위치에 따라 한반도로 고온 건조한 서풍(西風)이나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이 들어온다. ‘햇볕과 더운 공기’ 조합으로 한반도가 뜨거워지는 것이다.
이런 고온 현상은 아시아권 국가들이 모두 겪고 있다. 중국 베이징과 톈진, 산둥성 웨이팡 등 화북·화동 일대 도시들은 15~16일 연 이틀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기며 올해 들어 첫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작년보다 21일 앞섰으며, 17년 만에 가장 이른 것이라고 중국 중앙기상대는 밝혔다. 올 3월 초 정저우, 베이징, 우한, 창사에선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해 2008년 이후 15년 만에 3월 초순 기온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선 최근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기며 에어컨 가동이 급증해 전력난이 발생했다.
중국 기상대는 올여름 전역에서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폭염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에너지국도 올해 최대 전력(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 고점이 작년보다 5.4% 증가하고, 남부 일부 지역은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겪었던 역대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이달 13일 일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으며 40년 만에 가장 더웠다. 태국 북서부 지역은 14일 한낮 최고기온이 45.4도를 기록, 태국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바꿨다. 베트남·미얀마 등에도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기온이 43도 이상을 웃도는 ‘괴물 폭염’이 찾아왔다.
북미도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동태평양 부근에서 열대성저기압이 형성돼 고온 다습한 공기를 미국 연안으로 공급하며 기온을 높이고 있다. 미국 시애틀은 지난 14일 32도를 기록, 기존 최고 기온(1975년·26.7도)을 경신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33.9도까지 올라 1973년의 33.3도 기록을 넘어섰다. 미국 기상청(NWS)은 시애틀·포틀랜드를 포함한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서부에 폭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선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90건에 이르는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올해 발달할 것으로 보이는 ‘엘니뇨’의 영향이다. 엘니뇨는 라니냐와 반대로 특정 수역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인데 서태평양 수온은 떨어지고, 동태평양 수온은 점차 오른다. 동태평양 수온이 상승하면 이곳과 가까운 북·남미 대륙에 무더위가 온다. 엘니뇨가 가장 강하게 발달하는 11~12월까지 이 지역에는 극심한 무더위가 계속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하반기 ‘수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무더위가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상 기온은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도 휩쓸고 있다. 스페인에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 11일 내각 회의에서 20억유로(약 2조90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조치를 승인했다.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에서도 지난달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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