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국힘, 원보이스만 강조하나
최근 만난 국민의힘 초선 의원 A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김남국 의원의 코인 악재가 잇따라 터지는 민주당 같은 정당에도 우리가 지지율에서 밀린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쓴소리를 하려 해도 ‘너만 잘났냐’는 식이라 입을 다물게 된다”고 했다.
여야를 떠나 과거 당이 위기에 봉착하면 개혁 성향의 초선들이 쇄신 목소리를 내곤 했다. 현재 국민의힘 초선들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초선 B는 그 이유를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 모든 검사가 상명하복 관계에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설명했다. B는 “지금 국민의힘은 ‘당정(黨政)동일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도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초선 C는 “요즘 우리 당의 롤모델은 김병민 최고위원”이라며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했다. 몇 달새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이 저마다 설화에 휘말려 징계를 받거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정작 가만히 있었던 김 최고위원이 제일 ‘정상’으로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의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어록도 회자된다.
이런 수동적 자세는 집권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으로도 연결된다. 당 관계자는 “지금 우리 당 의원 중 민주당과 전면에서 맞서 싸우는 인사가 과연 몇이나 되느냐”며 “돈봉투 같은 사건이 하나라도 우리 쪽에서 터졌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파상공세에 밀려 진작에 공중분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저마다 지역구 텃밭 다지기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혼자서 싸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조금이라도 주류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해당(害黨) 행위로 치부하는 당 지도부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 당에 비판적 의견을 내는 인사들을 사실상 적(敵)으로 규정한다. 개인의 정치적 영달만을 위해 아무 대안도 없이 비난만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내부총질’ 트라우마다. 모두가 ‘원보이스’만 강조하는 모양새다. 겉에서 보기에 집안 싸움을 최소화 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물밑에서 치열한 내부 논쟁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친문·비문으로 상호 견제하던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후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기조 속에 5년간 한 목소리만 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내내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정작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만에 정권을 내준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내부총질’과 ‘원보이스’ 사이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얼마만큼 균형잡힌 리더십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국 내년 총선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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