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분 짧아진 MLB 경기… 선수들 “워라밸 늘었다”
스포츠 규정 변화가 선수들 삶의 질을 바꿔놨다. MLB(미 프로야구)에 올 시즌 도입된 ‘피치 클록(pitch clock)’ 이야기다. MLB는 올해부터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받은 때부터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타자 역시 피치 클록이 8초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투수가 이 규정을 위반하면 볼을 선언하고 타자가 위반하면 자동으로 스트라이크가 된다.
새 규정을 도입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이 규정을 만든 이유는 지나치게 긴 경기 시간 때문에 팬들이 지루해하자 이를 개선해 야구 인기를 되살리기 위함이었다. 17일 현재 올 시즌 MLB 평균 경기 시간(정규 이닝 기준)은 2시간 39분으로, 지난 시즌 평균 3시간 6분에서 27분이나 줄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주자 없을 때 12초 이내 투구’ ‘타석 등장 이후 최소 한 발은 타석 안에 위치’ 등 스피드업 규정을 두고 있지만, 올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지난해와 같은 3시간 11분(정규 이닝 기준)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단축 규정이 아직 없는 NPB(일본 프로야구)도 평균 경기 시간(3시간 6분)이 지난해(3시간 9분)와 큰 차이 없다.
MLB의 경기 시간 단축은 규정 위반 시 볼 판정 등 경기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를 곧바로 가한 게 주효했다. KBO는 투수 규정 위반 시 경고를 먼저 주고 두 번째 위반부터 볼 판정과 제재금 20만원을 내린다. 타자 규정 위반에는 볼 판정 관련 벌칙 없이 제재금만 20만원 매긴다. 올 시즌 MLB에서 17일까지 타자 규정 위반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이 137회, 투수 규정 위반으로 볼 판정이 300회 나왔다. 반면 KBO는 위반 경고만 23차례 있었고, 2회 이상 위반으로 볼 판정이 나온 사례는 없다.
경기 시간이 크게 줄자 선수들은 환영 일색이다. 경기가 일찍 끝나니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반응이다. 밀워키 브루어스 투수 브랜던 우드러프(30)는 “홈경기가 끝나면 딸이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 농구를 하고 논다”며 “밤늦게 경기가 끝나면 하기 힘든 일이다. 아이를 보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칼 에드워즈 주니어(32)는 “동료나 가족과 경기 후 저녁에 외식할 계획을 잡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시간 단축이 선수들 정신적·육체적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반응도 있다. 수면 장애를 앓는 선수들이 더 규칙적으로 잘 수 있고, 근육 부상 등을 치료하고 재활할 시간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지미 램버트(29)는 “전에는 경기 후 집에 와서 쉬다 보면 새벽 1~2시가 되기 일쑤였다”며 “이제는 더 적절한 시간에 잘 수 있다”고 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외야수 트레버 라나크(26)는 “경기 후 생기는 통증을 자기 전에 해결할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로코 발델리(42) 감독은 “선수들이 훨씬 더 나아졌다. 짧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해내려고 선수들이 경기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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