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강점 없어 지방대 위기… ‘글로컬 대학’이 전환점 될 것”
박성민 기자 2023. 5. 18. 03:03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
대학 혁신 위한 선발대이자 마중물
선정 안돼도 구조조정과는 무관
대학-지자체-정부 삼각구도 통해 지역 위기 해소하는 혁신 이뤄야
대학 혁신 위한 선발대이자 마중물
선정 안돼도 구조조정과는 무관
대학-지자체-정부 삼각구도 통해 지역 위기 해소하는 혁신 이뤄야
교육부가 3월 ‘글로컬 대학’ 추진안을 처음 공개한 뒤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지역과 연계해 세계적인 대학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총 30개 대학, 한 학교당 ‘5년간 1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지원금이 걸린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각 대학은 ‘5페이지 혁신 기획서’를 구상 중이다. 올해 10곳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30곳을 선정한다. 신청 마감은 이달 31일.
대학가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위기에 처한 지방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일부 지방대만 살리고 사업 수주에 실패한 나머지 대학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 참여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대학들도 있다.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난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대학 혁신을 위한 마중물이자 선발대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한국 대학이 위기에 처한 원인은….
“각 대학이 자기만의 장점을 특화시키지 못한 게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다. 다른 대학에서 따라 할 수 없는 ‘자기만의’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만들지 못했다. 대학은 학생을 가르치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가 대학에 바라는 역할들도 감당해야 한다. 팬데믹(대유행), 기후 위기, 저출산 등 당면 과제들은 여러 분야의 지식이 융합돼야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대학뿐이다. 위기인 동시에 혁신의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혁신 방향이 첨단기술에 치우치면 인문학이 소외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기술 변화가 빠를수록 급변하는 사회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인문학은 기술이 나아갈 방향, 인류가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엔 기술 윤리 측면도 중요해지고 있다. 신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사용되는 시대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통찰이 있어야 한다. 그런 소양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다양한 학문 융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해외 대학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는 정치 심리 법률 경제 등 4개 학문을 하나의 융합 전공으로 가르친다. 미국 버클리대는 글로벌 빈곤과 극복 방안, 환경디자인 등 특정 주제를 정해 연결된 학제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세상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공과대학원과 경영대학원이 공동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공대생이 디자인과 비즈니스 전략을 공부하고,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글로컬 사업과 기존 대학 지원 사업의 차이는.
“대학-지역-산업 간, 학문 간 ‘장벽 허물기’ 외에는 교육부가 아무런 가이드 라인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 때문에 대학들은 혼란스럽다고 한다. 글로컬 대학에선 대학이 내놓는 혁신이 공무원이 생각하는 혁신의 범위를 벗어나야 한다. 중요한 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다양성’이다. 과거에는 학교 내 사업단 단위로 지원 대상을 정하고, 재정이 지원됐다. 이는 전체 학교의 혁신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구조였다. 이젠 논의의 주체를 학교와 지방자치단체로 넓혀, 지자체는 대학에 필요한 역할을 요구하고 지원도 할 수 있다.”
―글로컬 대학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모두 ‘지역’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 인구 감소와 일자리 질 악화가 인구 감소, 학생 이탈, 지역 대학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 소멸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결국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각 지역에서 혁신이 시작돼야 한다. 이는 대학과 해당 지자체가 단독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지자체의 역량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고등교육 분야는 지자체의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역량을 의심하진 않는다. 벌써 지역 산업 수요를 고려한 산학연계 방안 등 실현 가능성 높은 계획을 마련 중인 지자체들도 나오고 있다. ‘대학-지자체-정부’라는 삼각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소통과 갈등 조절이 더 원활해지는 모습도 예상치 못한 효과다.”
―혁신의 초점을 ‘학교 통합’에만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통합을 통해 규모가 커지면 연구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할 수 있다. 다양한 학문 간 협업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학교 간 통합만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교육 수준 향상이 기대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글로컬 대학 탈락 시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도 크다.
“글로컬 대학을 통해 다양한 혁신모델이 만들어지면 사업에 선정 안 된 대학들도 이를 벤치마킹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공개된 모델에 각 학교의 강점을 결합해 더 나은 혁신을 추진할 수도 있다. 글로컬 대학에 지원하는 학교들에는 맞춤형 규제 완화도 가능하다.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사업계획서에 있는 내용이 타당하다면 교육부가 규제완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가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위기에 처한 지방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일부 지방대만 살리고 사업 수주에 실패한 나머지 대학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 참여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대학들도 있다.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난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대학 혁신을 위한 마중물이자 선발대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한국 대학이 위기에 처한 원인은….
“각 대학이 자기만의 장점을 특화시키지 못한 게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다. 다른 대학에서 따라 할 수 없는 ‘자기만의’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만들지 못했다. 대학은 학생을 가르치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가 대학에 바라는 역할들도 감당해야 한다. 팬데믹(대유행), 기후 위기, 저출산 등 당면 과제들은 여러 분야의 지식이 융합돼야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대학뿐이다. 위기인 동시에 혁신의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혁신 방향이 첨단기술에 치우치면 인문학이 소외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기술 변화가 빠를수록 급변하는 사회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인문학은 기술이 나아갈 방향, 인류가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엔 기술 윤리 측면도 중요해지고 있다. 신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사용되는 시대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통찰이 있어야 한다. 그런 소양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다양한 학문 융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해외 대학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는 정치 심리 법률 경제 등 4개 학문을 하나의 융합 전공으로 가르친다. 미국 버클리대는 글로벌 빈곤과 극복 방안, 환경디자인 등 특정 주제를 정해 연결된 학제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세상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공과대학원과 경영대학원이 공동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공대생이 디자인과 비즈니스 전략을 공부하고,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글로컬 사업과 기존 대학 지원 사업의 차이는.
“대학-지역-산업 간, 학문 간 ‘장벽 허물기’ 외에는 교육부가 아무런 가이드 라인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 때문에 대학들은 혼란스럽다고 한다. 글로컬 대학에선 대학이 내놓는 혁신이 공무원이 생각하는 혁신의 범위를 벗어나야 한다. 중요한 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다양성’이다. 과거에는 학교 내 사업단 단위로 지원 대상을 정하고, 재정이 지원됐다. 이는 전체 학교의 혁신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구조였다. 이젠 논의의 주체를 학교와 지방자치단체로 넓혀, 지자체는 대학에 필요한 역할을 요구하고 지원도 할 수 있다.”
―글로컬 대학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모두 ‘지역’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 인구 감소와 일자리 질 악화가 인구 감소, 학생 이탈, 지역 대학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 소멸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결국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각 지역에서 혁신이 시작돼야 한다. 이는 대학과 해당 지자체가 단독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지자체의 역량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고등교육 분야는 지자체의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역량을 의심하진 않는다. 벌써 지역 산업 수요를 고려한 산학연계 방안 등 실현 가능성 높은 계획을 마련 중인 지자체들도 나오고 있다. ‘대학-지자체-정부’라는 삼각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소통과 갈등 조절이 더 원활해지는 모습도 예상치 못한 효과다.”
―혁신의 초점을 ‘학교 통합’에만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통합을 통해 규모가 커지면 연구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할 수 있다. 다양한 학문 간 협업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학교 간 통합만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교육 수준 향상이 기대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글로컬 대학 탈락 시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도 크다.
“글로컬 대학을 통해 다양한 혁신모델이 만들어지면 사업에 선정 안 된 대학들도 이를 벤치마킹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공개된 모델에 각 학교의 강점을 결합해 더 나은 혁신을 추진할 수도 있다. 글로컬 대학에 지원하는 학교들에는 맞춤형 규제 완화도 가능하다.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사업계획서에 있는 내용이 타당하다면 교육부가 규제완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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