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81] ‘큐피드’가 쏜 화살
2023년 현재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 에스파, 엔믹스 등 걸그룹의 활약이 눈부시다. 여기에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을 추가할 수 있으니, 4인조로 구성된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다. ‘기록의 소녀들’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케이팝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그룹이다.
‘피프티 피프티’는 2022년 11월 18일에 ‘Higher(하이어)’라는 노래로 데뷔했다. 이어서 2023년 2월 24일에 발표한 ‘Cupid(큐피드)’는 5월 17일 공개된 빌보드 핫100에서 17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케이팝 걸그룹이 단독으로 세운 최고 기록이다. 또한 걸그룹 최초로 영국 오피셜 싱글 순위 톱100에 7주 연속 머물렀으며 5월 12일에는 8위까지 올라 그 인기를 입증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한 데에는 글로벌 소셜미디어 ‘틱톡’이 크게 작용했다. 원곡을 최고 150%로 빠르게 재생하는 ‘스페드업(Sped-up)’이 틱톡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Cupid’도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물론 노래 자체도 흥행 요소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복고 감성이 충만한 이 노래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데다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음색이 어우러져 더욱 매력적으로 와 닿는다. 외국인들은 이 노래를 듣는 내내 저절로 미소가 흐를 정도로 유쾌한 감정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에는 동화처럼 펼쳐지는 뮤직비디오가 자아내는 몽환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피프티 피프티’를 대형 기획사 소속 그룹이 아니라 중소 기획사 ‘어트랙트’에서 기획했음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대형 기획사에서나 추진할 법한 해외 프로모션을 겨우 예닐곱 명이 직접 해외 현장을 누비며 이루어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케이팝 성공에 불변의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케이팝을 뛰어넘는 방식을 창안하고 다양한 변신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듣고 싶은 음악이면 좋겠다는 ‘피프티 피프티’의 프로듀서 안성일의 바람은 그들이 음악 자체에 집중했고 그것이 주효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들의 성공은 단순히 ‘중소돌’의 반란이나 기적이 아니라 케이팝의 저변 확대와 심화를 도모한 결과다.
그나저나 사랑의 신 ‘큐피드’는 노랫말처럼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짓궂은 장난꾸러기이거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사랑이 어긋나기만 하는가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눈이 없고 날개 달린 형상이 쉴 새 없이 날아다니네”라며 눈이 먼 존재로 큐피드를 묘사했다. 하지만 어긋난 사랑의 아픔과 상처는 수많은 예술 작품으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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