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비하인드] 佛 오르간 연주자가 블랙핑크 즉흥 연주를?
내한 공연서 관객들 신청곡 받아 ‘어머님 은혜’ 등 즉석에서 들려줘
올리비에 라트리(61)는 38년째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봉직하고 있는 세계 정상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다.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바그너·리스트·생상스 등의 곡으로 내한 연주회를 마친 뒤 빨갛고 노란 쪽지들이 가득 붙은 메모판이 무대 한복판에 놓였다.
공연 직전 복도에서 관객들이 미리 적은 신청곡들을 앙코르 때 그가 즉흥 연주로 들려주기로 한 것이다. 한참 메모판을 바라보던 라트리는 그 자리에서 두 곡을 골랐다. 우선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인 지수의 히트곡 ‘꽃’이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음악을 연상시키는 웅장하고 화려한 오르간 연주에 맞춰서 ‘꽃’의 후렴구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가벼운 탄성이 터졌다.
그는 난해하면서도 신비한 현대음악풍으로 즉흥 연주를 이어가더니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로 시작하는 ‘어머님 은혜’의 선율을 녹였다. 두 곡이 어우러진 앙코르에 객석의 박수도 배가됐다. 오르간 즉흥 연주는 라트리의 전매특허 가운데 하나다. 6년 전 내한 공연에서는 ‘애국가’와 카카오톡 알림음을 즉흥 연주의 선율로 골랐다. 당시 그의 애국가 연주에 맞춰 관객들이 ‘동해물과 백두산이’라고 따라서 노래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즉흥 연주는 보통 재즈 음악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서도 즉흥 연주가 중요한 악기가 오르간이다. 예배와 미사의 연주를 도맡는 오르가니스트들에게는 작곡과 편곡, 즉흥 연주가 필수 요건이었다. 라트리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즉흥 연주는 전반적인 음악회의 분위기와 청중, 연주하는 주제와 악기, 순간적 분위기까지 여러 가지에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부터 이어지는 전통을 라트리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그는 “언제나 즉흥 연주는 큰 도전이지만, 나중에는 청중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된다. 그 자리에서 작곡되고 마지막 음이 끝나면 곧바로 사라진다는 근사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한국 관객들에게 라트리는 근사한 추억을 선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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