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뽑으면 낫는다” 르네상스 거장 앗아간 잘못된 믿음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년)는 10대 때부터 천재 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르네상스를 이끈 3대 예술가로 꼽힌다. 라파엘로는 아쉽게도 37세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다.
열병을 앓은 지 1~2주 만에 죽음을 맞아, 폐렴이 사망 원인으로 꼽혔다. 그의 죽음 500주년인 2020년 이탈리아에서 나온 연구로 사망 정황이 바뀐다. 라파엘로의 죽음은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의료 사고였다.
교황이 머무는 공간에 벽화를 그리던 라파엘로가 열병에 걸리자, 교황은 소중한 예술가를 잃을까 봐 자신을 돌보던 로마 최고의 의사들을 라파엘로에게 보냈다. 당시 의사들은 인간의 질병은 신체 내부 체액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라파엘로가 과도하게 열을 내자, 의사들은 피를 뽑는 사혈을 통해 체액을 방출하기로 했다. 의사들은 과다 출혈로 라파엘로가 빈혈을 느낄 정도인데도 계속 피를 흘리게 했다고 한다. 그것이 원기를 회복시키는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혈은 주로 팔꿈치 안쪽 정맥 혈관에 칼을 그어서 피를 흘려 버리는 식으로 했다. 그러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기에 의사들이 흔히 하는 작업이었다. 주술사에게 사혈 날짜를 받아서 시술이 이뤄지기도 했다. 외과 의사들은 사혈 수술 세트를 가방에 가지고 다니며 왕진 시술도 했다.
그러다 19세기 후반 병리학과 현미경의 발달로 열병은 세균 감염 탓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혈은 사라졌다. 만약 요즘 의사가 이런 치료를 한다면 감옥에 갈 것이다. 세상의 기술과 법은 시대와 궤를 같이한다.
비록 라파엘로는 요절했지만, 천재성을 느낄 만한 작품을 꽤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 20대 초반에 자기를 그린 초상화가 걸작이다. 밝은 얼굴과 검은 복장이 대조되면서, 따뜻한 내면의 평화를 그렸다. 맑은 눈이 아래로 향한 게 절묘하다. 라파엘로 초상은 이탈리아 고액 지폐 50만리라(약 25만원)에 쓰이면서 그림 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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