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중고 판매자 유료 광고 ‘실험’
국내 1위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이 지난달부터 한 달째 제주도에서 유료 광고 모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3만원 이상 제품을 팔 때 광고비 3000원을 내면 해당 매물에 관심이 있을 만한 이용자에게 우선 노출시켜주는 것이다. 줄곧 적자에 시달려온 당근마켓이 핵심 서비스인 중고거래에서 수익화 시동을 건 셈이다.
일률적인 수수료 부과가 아니라, 제품을 빨리 팔고 싶은 사람만 선택적으로 쓰는 서비스인 만큼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있고 한편에선 이용자가 떠나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의 경우, ‘오픈리스트 광고’ ‘울트라콜 광고’ 등 광고를 하지 않으면 업소가 사실상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 상위 리스트가 이중삼중 광고를 한 업체들로 가득 차 있다. 자칫 잘못하면 섣부른 유료화 전략으로 1위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한순간에 몰락한 프리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고 업계 1위의 ‘광고 실험’
당근마켓이 실험 중인 유료 광고는 24시간 유지된다. 상단 고정 노출이 아니라 해당 상품에 관심이 있을 만한 사람을 추려 24시간 동안 매물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다. 당근마켓은 “거래 경험이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광고가 활성화될수록 이용자들의 매물 리스트가 광고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제주도를 첫 대상으로 정한 것에 대해, 당근마켓 측은 “제주는 섬이다 보니 내부 중고거래가 활발한 특징이 있다”며 “지역 주민(20~64세 기준) 가입률이 95%가 넘을 만큼 충성도가 높은 곳”이라고 했다. 당근마켓은 제주에서 이용자들의 광고 사용 빈도, 가격의 적절성 등을 충분히 테스트한 뒤 전국 확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기반 포털’을 표방하는 당근마켓은 그간 동네 자영업자 광고로 수익화를 꾀해왔다. 수익의 99%가 지역 자영업자와 일부 대기업 광고에서 나온다. 이번에 이를 일반 이용자로 확장한 것이다. 당근마켓은 “그간 무료로 제공해온 매물 ‘끌올(끌어올리기)’ 기능을 넘어 추가 비용을 내고서라도 판매 확률을 높이고 싶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고 했다.
◇주요 업체들, 매출보다 영업손실 더 커
당근마켓의 실험은 중고거래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서비스 운영 업체들은 수익 모델 부재로 적자에 시달리는 현 상황을 보여준다. 주요 업체들조차 영업손실이 매출액보다 더 많을 정도다.
당근마켓은 2015년 창업 이후 줄곧 적자다. 누적 가입자가 3300만명에 달하고, 월 이용자도 1800만명이나 되는 ‘국민 서비스’지만 아직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499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565억원(연결 기준)으로 매출액보다 많았다. 번개장터도 작년 매출 305억원에 영업손실 348억원을 기록했고, 중고나라는 매출 101억원에 95억원의 적자를 냈다.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버, 인건비 같은 고정비가 크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의 실험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들은 자체 페이를 잇따라 선보이는 등 수익원 확보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페이는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을 붙잡아두는 수단이 되는 데다, 결제 대금을 예치해놨다가 구매가 확정되면 지급하는 에스크로 서비스 등으로 수수료 수익도 거둘 수 있다. 최근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번개페이를 비롯해 당근페이, 중고나라 페이(중나페이) 등이 이용자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고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측면이 있다”며 “아직 적자지만 매출과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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