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삼성 반도체 단지 전력 어쩌나’ RE100 족쇄 풀어줄 CF100

조재희 기자 2023. 5.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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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대한상의 포럼 구성 “RE100 대안으로 세계에 확산시킬 것”
/일러스트=김현국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들여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단지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단지에 공급할 전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작년 9월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한다는 ‘RE100′을 선언했는데, 용인 반도체 단지에 필요한 원전 4기와 맞먹는 전력을 태양광으로만 공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RE100은 강제성 없는 캠페인 성격이지만, 이를 어길 경우 글로벌 제품 판매나 투자 유치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24시간, 365일 가동하는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년 동안 필요한 전력량은 2만8000GWh(기가와트시)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만들어낸 전력량의 절반을 넘는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설비가 급격히 늘어난 호남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해저 송전망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24시간, 365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날씨와 시간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에 의존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UN 주도의 ‘CF100′ vs 민간 주도의 ‘RE100′

이런 현실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뭉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대한상공회의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함께 ‘CFE(Carbon Free Energy) 포럼’을 구성하고 우리나라 전력 생산 여건에 맞는 ‘CF100(Carbon Free 100%)’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CF100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사용하자는 RE100과 달리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수소·CCS(탄소 포집·저장)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캠페인이다. 지난 2021년 9월 열린 UN 에너지고위급 대화에서 UN(국제연합)과 UN에너지, UN 산하 지속가능성기구, 구글을 중심으로 본격화했다.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한 국내 현실과 원전 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리고자 우리 정부와 기업이 ‘RE100′을 대체할 현실적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RE100은 의미 있는 캠페인이나 우리나라 여건상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탄소 에너지 개념을 활용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산업계에서 RE100이 대세이지만 우리 기업에 유리하고, UN이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CF100에 힘을 실어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RE100은 가장 성공한 민간 주도 탄소 중립 캠페인으로 꼽히지만, 전 세계에서 참여를 선언한 기업은 407곳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CF100 확산을 위해 원전 강국인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양자·다자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우리나라에는 CF100 확산이 유리”

탄소 중립을 위한 CF100 확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운용 능력을 갖춘 우리나라 입장에선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태양광·풍력으로만 100% 전력을 공급하는 RE100은 우리나라 자연환경 여건을 고려할 때 달성 불가능한 목표이지만, 원전을 포함한 CF100이 글로벌 표준이 되면 그 같은 고민은 사라질 수 있다. 또 CF100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우리나라 원전 수출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미국도 바이든 정부가 행정명령과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서 원전과 수소 등을 청정에너지로 명시해 재생에너지만 고집하진 않는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만 쓰라는 건 기업에 가혹하다”고 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이날 “RE100을 주장하는 클라이밋그룹의 헬렌 클라크슨 대표도 ‘재생에너지 확산을 지지하지만, 원전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에너지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CFE 포럼에 참여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많은 기업은 RE100과 CF100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한계가 분명한 데다 원전 비율이 높고 청정수소 투자를 확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CF100이 유리하다”며 “원전 보유국의 동참을 유도하면서 국제적 확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CF100(Carbon Free 100%)

RE100과 달리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수소·CCS(탄소 포집·저장)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에서 공급받아 사용하자는 운동.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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