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더 센 놈이 온다
3년4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지긋지긋하게 옭아맸던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조치가 해제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코로나19 비상사태의 종식을 알리고 완전한 일상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3년4개월 만에 사실상의 ‘엔데믹’을 알린 셈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7일)와 의원, 약국에 남아 있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특히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현재 2급에서 4급으로 낮아지는 오는 7월께부터는 코로나19도 일반의료체계로 편입돼 감기와 같이 관리된다. 공포의 대상이던 코로나19가 우리와 공생하는 바이러스가 되는 셈이다.
바이러스도 진화한다. 그동안 바이러스계의 맹주를 자처하던 감기는 코로나19에 밀려 찬밥(?) 신세가 돼 왔다. 그런 감기 바이러스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독해졌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의 비율이 최근 두 달간 연속 증가세인 것도 모자라 강력한 인후통과 몸살기를 동반하고 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간 환자들을 몸서리치게 한다.
여기에 감기 환자도 늘어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8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필수 마스크 착용’이라는 방어막에 차단돼 노출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이제 그 빈틈을 노려 더욱 강력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비단 바이러스만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사회도 진화한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나쁜 놈은 더 나쁘게, 사회 안전망의 빈틈을 노려 시스템을 붕괴시키거나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쪽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더 센 놈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통제하는 수단 중 가장 센 방법은 국민 모두가 방어기제로 작용할 때였다. 나쁜 쪽으로 더 센 놈을 색출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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