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먹거리 전략’ 사업 실패, 세금 2조원이 흐지부지
세계 각국이 ‘먹거리’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세계가 단일 시장화되면서 농산물도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식량의 안전성과 복지, 인간의 건강이 담보돼야 한다. 경쟁력을 잃으면 식량 자급률은 곤두박질 치고 먹거리 주권도 잃게 된다. 다양한 먹거리의 위기 속에 국가단위 먹거리 종합계획이 세워지고, 이것이 각 지역 특색에 맞게 스며들어야 한다. 이런 먹거리 종합계획을 ‘푸드플랜’이라고 한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문제에서 먹거리에 기인한 건강 불평등 및 양극화 해소, 먹거리의 질적인 보장 등이 사회 이슈가 됐다. ‘먹거리 기본권’ 강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푸드플랜, 먹거리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다.
경기도가 ‘경기도 먹거리 전략 계획’을 세웠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2조1천574억400만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전략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 도가 4대 기본 전략과 143개 실행 과제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내부 평가를 내렸다. 도는 ‘경기도 먹거리 보장 기본 조례’에 명시된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예산 집행 내역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조원 넘은 세금이 들어간 사업이 엉터리로 허술하게 진행된 것이다.
경기도는 경기도먹거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지역농업·농촌과 연계해 도민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우수한 먹거리를 보장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식생활 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다. 먹거리 보장 조례가 제정됐고, 먹거리 기본 보장 선언도 했다. 도는 올해까지 31개 시·군별 ‘먹거리 위원회’ 구성, 공공분야 지역농산물 공급 규모 기존 4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대, 취약계층 먹거리 부족 비율 41.3%에서 27.5%까지 낮추기 등의 목표를 세웠다.
사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도내 31개 시군 중 지난 1월 기준 먹거리 위원회가 구성된 지역은 11곳뿐이다. 먹거리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도 18개 지자체에 불과하다. 위원회나 조례가 있다해도 정책 실행은 미흡하기 이를데 없다.
전반적으로 경기도와 시군의 먹거리 전략은 낙제점이다. 농업·복지·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먹거리 전략의 성공을 위해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경기도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전담부서 설치와 함께, 도와 지자체 간 사업을 연계·협력할 수 있는 실행기관인 광역 단위 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
도는 1차 먹거리 전략 5개년 계획의 실패를 거울 삼아 2차 5개년 계획(2024~2028년)을 꼼꼼히 세워야 하다. 그동안 추진된 정책을 철저히 평가·분석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확립에 나서는 것은 중요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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