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범용인공지능(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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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는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갈등을 그린 장면이 나온다.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에서 자동 운항을 위해 장착한 AI '할(HAL)9000'은 평소 승무원과 체스를 둘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목성에 거의 다다랐을 때 돌변한다.
그런데 AI가 AGI 단계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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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 마키나’(2015)에서는 AI 창조자가 AI로부터 죽임을 당한다. 매혹적인 여성형 로봇 ‘에이바’는 자신을 단순히 기계 취급을 하는 천재 개발자 ‘네이든’에게 불만을 품고 급기야 칼을 꽂아 살해한다. 할9000이나 에이바는 인간의 지능에 필적하는 범용인공지능(AGI)에 속한다. AGI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스스로 추론해 수행하고 성장한다. AI는 체스나 바둑 등 일부 영역에서 사람을 능가하지만 사람처럼 동시에 다양한 영역의 이질적 문제를 인지하고 처리할 수 없어 그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AI가 AGI 단계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소속 과학자들은 최근 생성형 AI인 챗 GPT 최신형 ‘GPT-4’의 실험 결과를 담은 ‘AGI의 불꽃’이라는 논문에서 GPT-4를 초기 버전의 AGI라고 주장했다. GPT-4는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의 성적을 냈고 일본 의사국가시험도 합격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수년 내 AGI가 가능하다”고 했다.
AGI의 그늘도 짙다. 그제 미국 의회에서 AI 청문회가 처음 열렸는데 리처드 블루먼솔 법사위원장은 AI가 작성한 연설을 자신의 복제 음성으로 들려주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AI가 허위 정보의 무기화, 음성복제 사기, 일자리 대체 등 잠재적 해악을 품고 있다”고 했다. AI 분야 과학자 10명 중 3명 이상은 21세기에 AI가 핵전쟁 같은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와 로봇이 인류에 대항하거나 세계를 파괴하는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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