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민주당 이대로는 안 된다
도덕성·정체성 뿌리째 흔들려
사태의 심각성조차 인식 못해
뼈를 깎는 반성·혁신만이 살길
정당이 생존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유능해야 하고 또 도덕적이어야 한다. 한때 ‘20년 집권’ 운운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잃고 야당으로 전락한 지 1년이 흘렀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그동안 얼마나 자성하고 쇄신했을까. 또 유능함을 보강하고 도덕성을 강화해서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을까.
가장 심각한 것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자산이었던 도덕성의 상실이다. 도덕성과 ‘돈 문제’만큼은 보수당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오랜 인식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수사와 재판을 받는 데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까지 불거졌다. 특히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민주당에 ‘조국 사태’ 못지않게 도덕적 치명타가 되는 분위기다. 코인 의혹은 국회의원의 윤리 차원을 넘어 범법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김 의원이 가난한 청년 정치인 행세를 해 온 탓에 위선 논란까지 보태졌다. 지난 1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20·30대에서 일주일 새 10%포인트 안팎 하락할 정도로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린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돈봉투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와중에 지난해 ‘꼼수 탈당’ 논란을 빚은 민형배 의원의 복당을 결정했다.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녹취록이 있음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역시 큰 그릇’, ‘물욕 적은 사람’ 등의 표현으로 그를 치켜세웠다. 이런 행태는 민주당을 수렁으로 더 밀어 넣고 있다.
코인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근 의원총회에서 양이원영 의원은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우리 태도가 내로남불”(송갑석 최고위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구나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코인 의혹과 관련해 ‘진상 조사’, ‘징계’, ‘코인 매각 지시’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세 가지 모두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자 민주당은 어제서야 허겁지겁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대선 당시 자신의 수행 실장을 지낸 최측근 김 의원의 ‘코인 논란’ 확산에 이 대표 리더십도 벼랑 끝에 섰다. 이 대표의 ‘제 식구 감싸기’는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와 늑장 대응으로 이어져 위기를 더욱 키웠다. 거듭되는 악재로 당이 누란의 위기에 놓였는데도 온정주의로 일관하며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며 코인 의혹에서 비롯된 당내 균열은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졌던 ‘이재명 체포동의안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
돈봉투, 코인 의혹 해소 없이는 민주당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뼈를 깎는 혁신 없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과거 차떼기 사건과 돈봉투 사건 이후 천막당사로 옮기는 등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국민 기대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부단히 보여줘야 한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그런 노력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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