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의원님들, 유럽은 왜 다녀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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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이 유럽 출장까지 다녀왔는데, 이번엔 기대해 봐야지요."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의 국회 처리가 미뤄지는 데 대한 푸념과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가 섞여 있는 말이었다.
'선진 재정준칙을 공부한다'며 출장길에 오른 만큼 뭔가 진전이 있기를 바랐다.
게다가 출장 직전 재정준칙은 뒤로 미룬 채 총선용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 완화' 법안만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았기에 돌아온 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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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이 유럽 출장까지 다녀왔는데, 이번엔 기대해 봐야지요.”
이미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105개국에서 재정준칙을 운용 중이다. 33개 선진국 중 우리나라만 도입이 안 돼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국가도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뿐이다.
우리 정부도 재정준칙 도입에 힘을 쏟았다. 2020년 10월 ‘한국형 재정준칙’이 만들어졌고,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지금 모습의 재정준칙이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정부 계획과는 달리 재정준칙은 30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재부가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진 이유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영석 위원장(국민의힘)을 비롯해 국민의힘 류성걸·송언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동근·김주영 의원 5명이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프랑스·독일로 출장을 다녀왔다. ‘선진 재정준칙을 공부한다’며 출장길에 오른 만큼 뭔가 진전이 있기를 바랐다.
30개월째 뭐하다 이제 와서 공부를 한다는지 몰라도 어쨌든 성과가 있기를 기대했을 터다. 게다가 출장 직전 재정준칙은 뒤로 미룬 채 총선용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 완화’ 법안만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았기에 돌아온 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컸다.
혹시는 역시로 끝났다. 지난 15, 16일 기재위는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재정준칙을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안건 순서상 가장 마지막인 40번대에 배치돼 사실상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소위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진 법안은 ‘사회적경제 기본법(사경법)’이다. 민주당은 사경법과 재정준칙을 함께 처리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사경법이 시장경제에 반하는 법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준칙이 거래의 수단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그사이 나라 곳간은 비어 가고 있다. 기재부가 발표한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벌써 54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연말이 되면 적자 폭이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이 이 모양인데 재정준칙 도입은 여전히 뒷전이다.
물론 재정준칙 도입에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등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준칙 도입 중단을 요구했다. 재정준칙이 현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과 결합해 복지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도 국회에서 ‘미세조정’을 거쳐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정책을 조정·조율하는 것이 정치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재정준칙이 정쟁과 정치적 거래의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 다음달 기재위 소위에서는 의원님들의 ‘유럽 과외’가 성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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