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엘니뇨에 여름 이상기상 주의보
해수면 온도 평년보다 높아
7월 중순∼8월 중순 영향권
한반도 많은 양의 비 내릴 듯
미국 국립해양대기국 관측 결과, 지난달 초 전 지구 표층 해수면 평균 온도가 21.1도로 역대 최고치인 2016년의 21도를 넘어섰다. 특히 3월 북아메리카 동해 수온은 1981∼2011년 평균보다 무려 13.8도나 올랐다. 수치가 맞는지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상상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변화들이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국과 우리나라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올해 5∼7월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2020년부터 3년간 지속된 라니냐 현상이 끝나고 엘니뇨가 올해 여름 본격적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엘니뇨가 기상·기후 과학자들에게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엘니뇨가 발생하는 지역이 열대 태평양 지역이기 때문이다. 열대 태평양 지역은 전 지구적으로 가장 많은 양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평균 해수면 온도가 전 지구 해양의 다른 어느 곳보다 높은 곳으로, 막대한 열과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다. 지구를 비행기나 차로 비유한다면 열대 태평양은 엔진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엘니뇨의 시작은 지구 기후 시스템의 엔진이 평소와는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엘니뇨가 발생하는 지역이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둥근 지구의 특성상 태평양을 포함하는 열대 지역은 전 지구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중태평양에서 동태평양에 이르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엘니뇨는 그래서 광범위한 영역의 열대 대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로 열대 대기에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전달되고 이 에너지는 대기 파동을 통해 수천∼수만㎞ 떨어져 있는 전 지구 곳곳의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엘니뇨가 발달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7월 중순과 8월 중순 사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엘니뇨 발달로 인한 대기 순환이 여름철 우리나라 부근으로 수증기 유입을 강화하는 구조적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여름 엘니뇨 발달로 인해 우리나라 이상 기상 발생에 특히 주의해야 할 이유는 지난 3년간 지속된 라니냐로 인해 현재 동아시아 연근해뿐 아니라 북서태평양 및 열대 서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해양 상태는 엘니뇨 발달로 기인한 대기 순환 특성과 맞물려 여름철 우리나라에 많은 양의 비를 내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 변화로 어느 때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해양 수온의 영향으로 지구 곳곳에 이상 기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 발달할 것으로 보이는 엘니뇨의 영향에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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