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은 '변호사'인 척, 엄마는 '사랑하는' 척... 일가족 재산 가로챈 '모자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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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용'을 핑계로 다른 부녀(父女)로부터 3억 원 넘는 거액을 갈취한 모자(母子)가 재판에 넘겨졌다.
아들은 피해자를 속이려 변호사와 은행원, 법원 직원을 사칭했고, 어머니는 자식의 사기극에 적극 동참했다.
심지어 C씨는 법원 직원을 사칭하고 금융기관의 '완납증명서'를 위조해 A씨를 안심시키려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계좌 추적 등 보완수사를 거쳐 A씨의 딸도 모자에게 1억6,000만 원을 송금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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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 빌려주면 거액 보상" 거짓말
신분 사칭, 문서 위조 등 5년간 갈취
남성 딸도 피해... 3억5000만 원 뜯겨
‘소송비용’을 핑계로 다른 부녀(父女)로부터 3억 원 넘는 거액을 갈취한 모자(母子)가 재판에 넘겨졌다. 아들은 피해자를 속이려 변호사와 은행원, 법원 직원을 사칭했고, 어머니는 자식의 사기극에 적극 동참했다. 5년 넘게 이어진 모자의 사기 행각으로 부녀는 재산을 거의 다 잃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피해자인 70대 남성 A씨는 60대 여성 B씨와 지인 사이였다가 2011년쯤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때부터 B씨는 A씨에게 금전적 도움을 종종 요청했다. 한평생 회사원으로 일하며 성실히 노후자금을 마련해 온 A씨도 B씨를 가능하면 도와주려고 애썼다.
어느 날 B씨의 아들 C씨가 A씨에게 “서울에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아는 형이 죽었는데 유산 일부를 받을 게 있다. 그런데 다른 상속인들과 소송으로 얽혀서 곤란하다”는 말을 꺼냈다. 부족한 소송비용을 대주면 승소 대금을 나눠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당시 A씨가 약속받은 몫은 최대 15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런 소송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C씨가 어머니 남자친구의 돈을 노리고 꾸며낸 일이었다. C씨는 이미 한 차례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도 아들의 사기극에 동조했다. “죽을 힘까지 다해 (돈을) 보내주세요. 사랑해요”라고 문자를 보내는 등 A씨의 환심을 사면서 송금을 채근했다. 결국 A씨는 설득에 넘어가 수차례 돈을 건넸다.
한동안 ‘가짜 소송’ 핑계를 대던 아들 C씨는 2017년이 되자 “소송에서 이겼다”는 거짓 소식과 함께 변호사를 등장시켰다. A씨의 의심을 무마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호사로 포장한 것이다. C씨는 고령의 A씨에게 낯선 번호로 연락해 “내가 C씨의 변호사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어르신이 승소 대금을 받으려면 납부해야 할 돈이 또 있다”고 속여 재차 거액을 뜯어갔다.
C씨의 거짓말은 끝이 없었다. “대금 수령자는 채무가 없어야 한다”는 감언이설로 A씨의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주겠다고 한 뒤 변제금을 받아 중간에서 가로챘다. 이 빚도 A씨가 모자에게 빌려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받은 것이었다. 심지어 C씨는 법원 직원을 사칭하고 금융기관의 ‘완납증명서’를 위조해 A씨를 안심시키려 했다.
A씨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던 집이 끝내 경매로 남의 손에 넘어간 뒤에야 눈치를 챘다. 그는 2021년 5월 모자를 경찰에 고소했고, 올해 1월 두 사람은 사기 혐의로 부산지검에 불구속 송치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계좌 추적 등 보완수사를 거쳐 A씨의 딸도 모자에게 1억6,000만 원을 송금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장기 사기 행각 과정에서 증빙 자료가 존재하는 2016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를 범행 시기로 특정했는데, 확인된 A씨 피해 금액만 1억9,000만 원이다. C씨는 모든 죄를 자백했고 검찰은 사기 혐의 외에 사문서 위조ㆍ행사 혐의를 달아 이달 11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어머니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법정에서 유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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