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비는 안 오더니"…전두환 손자 전우원 품어준 5·18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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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동안 제 할아비는 한 번도 안 오더니, 손자는 또 와서 고개 숙이네."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오월 영령을 잊지 않으려는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 씨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는 '오월 어머니들의 그림 농사' 특별전을 관람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5·18 유공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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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동안 제 할아비는 한 번도 안 오더니, 손자는 또 와서 고개 숙이네."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오월 영령을 잊지 않으려는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추모 제례가 열리기 전부터 묘역을 찾은 추모객들은 묘비에 적힌 기구한 사연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우자, 또는 남동생, 아들이었던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도 소복 차림으로 묘소를 찾아 여전히 마르지 않은 눈물을 쏟아냈다.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73) 씨는 올해도 누군가 두고 간 국화 송이를 바라보며 동생을 그리워했다.
세 살 터울 동생이지만, 집안의 장남이었던 박 열사는 가족들에게 든든한 기둥이었다. 1980년 당시 서른살이었던 박씨는 "대규모 인파 앞에서 '민주주의 꽃을 이루자'고 외쳤던 동생의 연설 모습이 지금도 눈가에 선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 씨는 "올해는 감회가 남다른 5월을 맞았다"고 말했다. 계엄군으로 광주에 왔던 특전사 부대원들의 사죄가 이어졌고, 평생을 증오했던 전두환의 친손자인 전우원 씨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면서 박씨의 생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박 씨는 "단 한 번도 사죄하지 않던 할아비 죄를 손자가 대신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며 "해묵었던 분노와 설움이 조금이나마 풀렸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례에 전씨가 예고 없이 참석하자, 다른 유가족도 오월 어머니들도 그의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전씨는 이날 마주한 유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허리 숙여 재차 사죄했고, 오월 어머니들은 "할아비와는 다르다 이렇게 또 와줘서 고맙다"며 위축된 그의 등을 다독이고 반겼다.
추모제례가 끝나고 전씨는 유가족과 추모객 행렬의 뒤쪽에 줄 서서 5·18묘지 참배단에 분향, 헌화했다.
전씨는 참배를 마치고 "오늘은 저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기억됐으면 한다. 말할 자격도 없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이후 두 번째인 전씨의 광주 방문은 5·18기념재단이 항쟁 43주년을 앞두고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전 씨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 메이홀에서 열리는 '오월 어머니들의 그림 농사' 특별전을 관람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5·18 유공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첫 방문이었던 지난 3월 사흘 간 광주에 머물며 5·18 유가족을 만나고, 5·18묘지를 참배해 할아버지의 만행을 사죄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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