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외교가 꼽은 ‘미국 유일의 경쟁자’는 러가 아니었다

오스틴 “국제시스템 재편 의도와 역량
모두 가진 유일한 경쟁자, 중국” 지적
블링컨도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
다만 국무부는 ‘협력과 경쟁 필요하다’

로이드 오스킨(왼쪽) 미 국방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2024회계연도 예산 심사와 대중 정책 점검을 위한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국방·국무부 장관이 미국의 유일한 경쟁상대로 중국을 꼽으며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중국이 자유민주적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에 필요한 역량을 증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중국과 대립하기보다는 포괄적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킨 미 국방장관은 이날 2024회계연도 예산 심사와 대중 정책 점검을 위한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중국은 그들의 독재주의적 기호에 맞게 국제 시스템을 재편할 의도와 점증하는 역량을 모두 가진 우리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보고에서 "중국 문제는 범정부적인 노력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적 가치와 경제적 활력, 기술적 역동성, 외교적 영향력, 그리고 군사력 등 미국의 핵심 강점을 가지고 이 역사적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스틴 장관은 최근 중국의 도발적 행동을 나열하며 대북 제재 이행을 돕는 미국 측 항공기에 대한 중국의 교란 행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군이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을 돕는 항공기를 괴롭히는 등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공의 국제 영공에서 미국 및 동맹국의 항공기를 상대로 위험한 방해 행위를 거듭해 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서 중국 J-11 전투기가 같은 달 21일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 공군 RC-135 정찰기에 근접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중국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대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하고 번영하는 국제 질서를 위한 우리의 비전에 도전할 의도와 점증하는 역량을 가진 나라"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 관계를 다루는 외교를 책임지는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보고에서 "우리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은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포괄적인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계속 갖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매력적인 선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미국과 중국)가 정상을 향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