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5·18 전야제 뜨거운 열기 속 마무리(종합)
전야제 앞서 시민난장 세월호·이태원 유가족 참여
오월 주먹밥 나눔 행사에 전우원·이준석 참여해 눈길
'민주평화 대행진'…광주 시민 3천여 명 참여
전야제 총체극 광주 상징 '예향·미향·의향'…정의를 주제로 관통
5·18 43주년을 하루 앞두고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시민난장·오월풍물굿·민주평화대행진 등 전야제 펼쳐졌다.
5·18을 맞아 오월 정신을 몸소 느끼기 위해 금남로를 찾은 시민들의 뜨거운 환호로 추모 열기를 올라갔다.
"가족 잃은 아픔 같아"…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 금남로서 추모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가족도 천막(부스)을 마련해 참사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는 17일 오후 오월시민난장이 열리고 있는 광주 동구 금남로에 부스를 설치해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실상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 활동가들이 나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동의하는 서명을 받았다.
5·18 전야제를 앞두고 시민난장을 많은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부스를 찾아 위로를 건네고 서명에 동참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29살 아들을 잃은 김영백(63)씨는 "5·18과 이태원 참사는 가족을 잃었다는 점에서 큰 공통점이 있다"며 "우리도 이태원 참사 전까지만 해도 가족을 잃어보지 못해 그 슬픔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가만히 집에 앉아 있을 수 없어 이렇게 행사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발생할 수 있지만 조치가 미흡해 피해를 키운 부분에 대해 꼭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태원참사 부스 옆에 세월호 시민상주모임 활동가와 유가족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이라는 현수막 아래에서 노란 리본을 나눠줬다.
지난 2014년부터 세월호 시민상주모임에서 활동한 추말숙(62)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5·18 전야제에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오신 것을 보고 가슴 너무 아팠다"며 "그 이후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5·18 전야제 사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부스에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우원·이준석도 주먹밥 만들기 동참
1980년 5월 광주의 '대동 정신'을 상징하는 5·18 주먹밥' 나눔 행사가 5·18전야제 사전행사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도 주먹밥 나눔행사에 참여했다.
17일 오월어머니회에 따르면 오월어머니회는 이날 오후 1시쯤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주먹밥 나눔행사를 열었다.
주먹밥은 1980년 5월 광주의 전통시장인 양동시장 상인과 동네 부녀자들이 만들어 시민군들에게 나눠준 음식이다.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은 3천여 개의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80년 오월의 대동정신을 되새겼다.
이날 주먹밥 행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먹밥을 통해 오월 정신을 다시금 떠올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우원씨는 오후 4시쯤 오월어머니집 오월 주먹밥 부스를 찾아 오월어머니들에게 인사한 뒤,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보는 등 행사에 참여했다. 오월어머니들은 전씨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반겼다.
전우원씨는 "어머니들이 여기 계시다고 해서 직접 행사장으로 왔다"면서 "사람이 많아 한 분 한 분 인사드리지는 못해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곧이어 부스에 도착해 주먹밥 만들기에 동참했다.
이준석씨는 "순천에서 어머니들 찾아뵙기 위해 왔다"며 "주먹밥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면서 주먹밥을 만들고 직접 맛보기도 했다.
살레시오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을 5·18때 잃었던 박순금(85)씨는 "살다 보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나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가 5·18 행사에 참여해 주먹밥 만드는 모습을 다 본다"며 "주먹밥은 5·18 당시 서로에게 불어넣어 줬던 용기나 투지와 다름없기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 3천여 명 5·18 전야제 앞서 '민주평화 대행진'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민주평화대행진'이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국회의원, 자치구청장, 시민 등 3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7일 오후 5시 30분 수창초등학교를 출발해 금남로, 전일빌딩245 앞까지 펼쳐졌다.
1980년 5월 18일 당시 계엄령 선포에 맞서 전남대 정문에서 시작된 가두행진을 재현한 '민주평화대행진'에 광주시 공무원 400여 명이 대거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5·18전야제 행사의 꽃인 '민주평화 대행진'에 참가한 강 시장 등 공직자들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원포인트 개헌 촉구' 등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이며, 인류 보편의 가치와 이상에 맞닿아 있는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강하게 촉구했다.
전국 각지의 민주시민·사회단체·세계민주인권운동가·고려인마을 거주동포·북한이탈주민 등도 동참, 오월정신 계승과 추모 열기가 한층 고조됐다.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총체극으로 분위기 절정
광주 역사를 재현한 총체극으로 광주 금남로가 5·18 추모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17일 오후 7시부터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5·18 전야제에서는 광주를 대표하는 '예향·미향·의향'이라는 3가지 주제로 광주의 역사가 재현됐다.
저승사자에 쫓기는 인간 비둘기와 '평화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10대 여학생이 만나 광주 역사를 살펴보는 형식으로 전야제가 시작됐다.
예향을 주제로 한 무대에서는 서예와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로 예술의 도시 광주가 표현됐다.
미향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주먹밥을 맛볼 수 있게 하는 등 시민참여형 무대로 펼쳐졌다.
5·18전야제 박정운 총감독은 "광주의 역사를 통해서 지금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5월의 의미를 되새기고 정의롭게 살아가자라는 얘기를 주제를 정했다"면서 "광주 시민이 함께 했던 그 모습을 잘 그려내는 게 5·18에 맞는 전야제라고 생각을 해 시민참여형 무대도 꾸몄다"라고 말했다.
의향에서는 정의의 도시 광주를 임진왜란부터 동학농민운동과 5.18까지 우리 역사의 주요 장면을 재현했다.
특히 5·18을 재현하는 장면에서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싸운 시민군들의 처절한 저항이 표현돼 전야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박 감독은 "이번 총체극의 주제인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를 표현하기 위해 '끝까지'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면서 "전남도청 앞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영령들이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이번 총체극의 클라이맥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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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박성은 기자 castlei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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