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연단 오른 탈북여성 "공개처형 본 뒤 떠날 결심"

안희 2023. 5. 1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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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어난 1993년, 그리고 북한에서 구출된 2011년. 엄마가 제게 삶을 준 건 두 번입니다. 제게 영웅은 엄마입니다."

먼저 탈북한 모친의 헌신 끝에 온갖 위기를 헤치고 북한에서 탈출한 한송미(30)씨가 국제인권단체들이 마련한 연단에 섰다.

대신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 영국 국적의 탈북민인 티모시 조씨 등이 연설을 했다.

2년 뒤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한씨는 기억하고 있던 브로커에게 전화해 탈북 결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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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해 강제결혼한 엄마가 영웅…온갖 위기 속 탈출해 6년 만에 재회"
한국 국적 탈북자 제네바 연설 6년만…후원단체, 탈북민 '영어 연설가'로 육성
국제인권단체 행사에서 연설하는 탈북민 한송미(30)씨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인권단체들이 개최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 행사에서 탈북민 한송미(30)씨가 연설을 통해 탈북 과정과 북한의 인권 현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prayerahn@yna.co.kr 2023.5.17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제가 태어난 1993년, 그리고 북한에서 구출된 2011년. 엄마가 제게 삶을 준 건 두 번입니다. 제게 영웅은 엄마입니다."

먼저 탈북한 모친의 헌신 끝에 온갖 위기를 헤치고 북한에서 탈출한 한송미(30)씨가 국제인권단체들이 마련한 연단에 섰다.

한씨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국제콘퍼런스센터에서 국제인권단체들이 매년 개최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 행사에 참석해 북한을 떠나기까지 겪었던 고초와 잊힐 수 없는 인권 현실을 증언했다.

세계 각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현실을 논의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15회째다. 북한 인권은 행사에서 빼놓지 않고 다루는 주제이지만 2018년부터 작년까지는 한국 국적의 탈북민이 연단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 영국 국적의 탈북민인 티모시 조씨 등이 연설을 했다. 한국 국적을 선택한 탈북민이 이 행사에서 연설에 나선 건 6년 만이다.

한씨는 그동안 갈고 닦은 영어 솜씨로 혹독했던 어린 시절을 소개했다.

그는 "3살 때부터 아빠가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고 결국 두 분은 이혼했다"면서 "이후 2년간 엄마와 저는 헛간에서 소와 함께 살았고 제가 12살 때 엄마는 '10월 10일'까지는 돌아오겠다면서 떠났다"고 회고했다.

이후 이모 집에서 지내며 기약 없이 모친을 기다리던 한씨는 비참한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할아버지와 외삼촌이 굶주려 숨졌고 또 다른 외삼촌은 기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고 했다.

한씨는 모친이 브로커를 통해 자신의 탈출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중국에 가면 어딘가로 팔려 가거나 장기를 적출당할 수 있다'는 이모의 말에 쉽게 브로커를 따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한씨는 15살 때 한 여성의 공개처형 장면을 봤다. 남편과 4살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네 사람들 앞에서 여성이 처형당하는 장면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떠올렸다. 2년 뒤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한씨는 기억하고 있던 브로커에게 전화해 탈북 결심을 전했다.

모친의 탈북 경로인 중국으로 기차를 타고 가려던 한씨는 큰 위기를 겪었다.

"혜산에 있는 할머니에게 간다는 제 말에 승무원은 '아닌 것 같다'며 발로 저를 차기 시작했습니다. 기차역 사무실로 저를 데려갔는데 한 경비원이 저를 성폭행하려고 했고 저는 이를 뿌리친 채 한 무리의 군인들이 있는 곳까지 달렸습니다"

군인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한씨는 한 군인에게 빌린 돈으로 공중전화를 걸어 브로커와 연락할 수 있었고,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강을 건너던 중 국경경비대가 총을 쏘기도 했지만 무사히 중국에 도착했다고 했다.

이후 한씨는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2011년 한국에 도착했다. 6년 만에 감격적으로 모친을 재회할 수 있었고, 이후로 탈북하기까지 얻은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한씨는 말했다.

"엄마가 일기장을 보여줬어요. 엄마는 중국인 남성의 아내로 팔려 갔고, 한국으로 도주한 뒤 저를 구출하기 위해 돈을 벌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한씨는 "엄마를 기다리는 북한 아이들이 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이들은 영원히 어머니의 마음속에 있다. 어머니들은 끔찍한 북한 정권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연설을 맺었다.

이날 한씨의 연설을 성사하도록 도운 건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FSI)'이라는 비정부기구다. 미국인 케이시 라티그 씨와 한국인 이은구 씨가 운영하는 FSI는 탈북민들의 영어 발표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씨는 FSI의 도움 속에 영어 자서전 '그린라이트 투 프리덤(Greenlight to Freedom)'을 출간하기도 했다. FSI는 올해 7월에도 미국의 여러 기관을 방문해 탈북민들의 영어 연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제인권단체 행사에 참석한 탈북민 한송미(30)씨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인권단체들이 개최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 행사에 탈북민 한송미(30·가운데)씨와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FSI)의 공동대표인 이은구(왼쪽) 씨·케이시 라티그(오른쪽)씨가 참석했다. prayerahn@yna.co.kr 2023.5.17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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