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RA처럼…프랑스도 유럽 전기차에만 보조금 지급하나
현대차그룹, 작년 유럽 판매량 중 현지 생산 21%…발효 땐 피해
야당 반발로 통과 난항 예상…지역 축소 등 IRA보다는 약할 듯
프랑스 정부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성격의 녹색산업법안을 공개했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마찬가지로 녹색산업법안도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프랑스 야당의 반발로 법안 통과가 안 될 가능성이 있고, 유럽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구체안은 IRA보다는 약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유럽 전기차 시장을 주요 고객으로 둔 현대차그룹은 법안 처리 과정을 주목하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녹색산업법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했다. 법안 취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프랑스에 재투자를 이끌어내자는 데 있다.
이 법안은 프랑스에서 배터리, 열펌프, 풍력 발전용 터빈, 태양광 패널 같은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면 25~40%를 세액 공제한다는 내용이다. 또 소비자가 순수 전기차를 살 때 5000~7000유로(726만~1017만원)를 탄소 배출 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것도 담겨 있다.
그러나 중국, 한국 등 비유럽 국가의 자동차 회사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1일 “(녹색산업법이) 유럽산 제품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노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현재 전기차 보조금으로 배당된 12억유로(약 1조7435억원) 중 40%가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간다”며 “아시아 공장에 프랑스 납세자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기차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중국과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기준으로 유럽 시장에서 누적으로 50만8422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120만2823대)의 42%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유럽 판매량 중 현지 생산량은 21.0%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에서 총 14만3460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체코에서 생산한 물량은 3만62대다. 녹색산업법안이 현지 생산을 기준으로 해서 통과된다면 현대차그룹에도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아직 법안 처리 자체가 난망하다. 녹색산업법안은 다음달 19일 상원에서, 오는 7월17일 하원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범여권이 하원 과반 의석에 미치지 못해서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실제로 구체적인 안이 나왔을 때는 강도가 약할 수 있고 유럽연합 전체로 확장되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미국 못지않게 중국 경제에 예속이 돼 있어서 중국을 대상으로 제재를 강하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나선 건지 유럽연합 전체 차원에서 교감이 있는 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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