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골퍼 배려없는 KLPGA “6월 이후 임신 땐 출산 휴가 불가”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5. 1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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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0% 이상 지나면
출산 휴가 신청 불가능
5월 이전 임신할 경우만
최대 2년 시드순위 연장
KLPGA “형평성 위한 조항,
건의하면 규정 변경 고려”
“누구를 위한 형평성인가”
선수·관계자 비판 목소리
“계획 대로 임신할 수 있는게 아닌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

지정한 시기를 넘으면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산휴 규정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KLPGA 투어에서 산휴 규정이 생긴 건 2003년이다. 당시 KLPGA 투어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수렴한 뒤 ‘산휴 신청 선수 시드권/시드순위 연장’ 규정을 만들었다. 적용 기준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두 번째 세부 조항인 ‘임신으로 연장 신청시 최대 2년까지 가능함’을 보면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각 시즌 공식 첫 번째 대회를 기준으로 30% 이내의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 출산 휴가를 신청해야한다는 첫 번째 세부 조항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 시즌이 30% 이상 지났을 때 임신한 경우 출산 휴가를 쓸 수 없다. 2023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오는 26일 개막하는 E1 채리티 오픈까지 출산 휴가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임신한 상태로 투어를 뛰거나 남은 시즌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KLPGA 투어가 출산 휴가 신청 기간을 시즌 시작 후 30% 이내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KLPGA 투어 관계자는 “정규투어를 뛰는 선수 전체의 형평성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임신으로 출산휴가를 가는 선수와 이후 투어를 뛸게 된 선수의 시드 유지 가능성을 고려해 출산 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시기를 정해놨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남자 투어가 아닌 여자 투어에 이런 규정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현재 KLPGA 투어의 임신·출산 규정을 보면 아이를 낳지 말라는 것과 같다. 최근 정부차원에서 출산 지원 제도를 만들고 있는 데 KLPGA 투어만 역행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년 전까지 KLPGA 투어를 누볐던 한 선수는 “출산 휴가 신청 기간을 정해놓는 건 당장 없어져야 한다. 출산 휴가를 낸 시점부터 출전하지 못한 대회 수만큼 복귀했을 때 보장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확실한 규정이 생기면 아이를 낳는 선수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KLPGA 투어가 정한 산휴 규정에 발목 잡힌 선수도 몇몇 있다. 당시 선수들은 협회에 산휴 규정에 대해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신청 기간이 지나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이 규정으로 사실상 KLPGA 투어 출전권을 잃게 된 한 선수는 “출전권을 잃고 싶지 않아 출전을 강행할까 고민했지만 안정을 취해야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임신한 뒤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며 “마음먹은 대로 아이가 생기는 게 아닌데 출산휴가를 신청하는 기간이 따로 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산휴 규정이 개정돼 나처럼 KLPGA 투어를 누비는 꿈을 잃게 되는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엄마 골퍼를 위한 아이 돌봄 시스템 등 다양한 출산 관련 정책이 약 30년 전부터 만들어진 LPGA 투어는 출산을 했거나 출산이 예정된 선수의 경우 당해 또는 이듬해를 출산 연도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출산 연도에 출산 휴가를 사용한 선수는 복귀 후에도 이전과 같은 카테고리 출전권으로 LPGA 투어를 누빌 수 있다.

KLPGA 투어는 산휴 규정을 선수들의 의견에 따라 적극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LPGA 투어 관계자는 “선수들의 형평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산휴 규정을 바꿀 계획은 있다”며 “선수들이 정식적으로 건의하면 이사회를 거쳐 산휴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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