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대안으로 내세운 CFE에 원전 포함…“국내용 그치나”

박상영 기자 2023. 5. 17. 22: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대한상의, CFE 포럼 출범
연내 인증제도 도입 방안 마련키로
참여기업 70여곳 그쳐 확대 미지수
원전 중심 정책 수단 악용 우려도

전기차 모터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완성차 업체 볼보에서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100%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A사는 이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고 납품 계약은 최종 무산됐다.

BMW와 볼보 등 해외 주요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이행 요구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납품업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에다 원자력발전까지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arbon Free Energy·CFE)’를 새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CFE가 RE100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못한 채 자칫 원전 중심 정책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CFE 포럼’ 출범식을 열었다. CFE는 탄소 배출이 없는 CFE를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의미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야 하는 RE100과 달리 원자력발전,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도 포함한다. RE100에 대응해 ‘CF100’이라는 용어로도 널리 쓰인다.

정부의 고민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국내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한 데다, 이웃국가와 연결된 유럽·북미와 달리 전력망도 고립돼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다. 재생에너지는 태양, 바람 등의 간헐적 특성 탓에 다른 에너지원의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웃국과 그리드 연결망이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이런 현실에서 RE100만 고집하기보다 원전을 포함한 CFE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부는 “비싼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은 RE100을 이행하는 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재생에너지 환경이 좋은 나라 기업보다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RE100이 민간의 자발적인 캠페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제적인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포럼을 통해 국내 현실에 맞는 CFE 인증체계를 미리 검토하고 향후 국제기준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CFE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시범사업도 진행키로 했다. 이날 포럼에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포스코 등이 대거 참여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절박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CFE가 RE100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RE100을 선언한 세계적 기업이 국내 기업에 이를 요구할 때 RE100 대신 ‘CFE 달성’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CFE 참여기업이 70여개로 RE100 참여기업(385개)보다 한참 적은 점이 한계로 꼽힌다.

CFE가 RE100보다 달성하기 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RE100의 경우, 화석연료를 통해 나온 전력을 사용했어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나 녹색프리미엄 등의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상쇄할 수 있다. 반면 CF100은 기업이 이용하는 모든 전력을 CFE로 실시간 직접 공급받는 것이어서 더 적극적인 개념이다. 구글은 데이터센터 등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은 물론 전력 생산원과 탄소 배출량 등을 시간별로 측정하고 있다.

CFE 논란은 크게 보면 원전 등을 녹색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킬지 문제와도 결부될 수 있다. 정부는 CFE 활성화를 위해 유인책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등 CFE를 사용한 것을 인증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전용 요금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일변도 정책 강화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