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은 줄고 있지만 내막암은 늘어나는데…
자궁은 주먹 정도 크기이지만 임신하면 500배 정도 늘어난다(5L). 서양배를 거꾸로 놓은 형태의 역삼각형으로 위쪽 자궁 몸통(자궁 체부)과 아래쪽 자궁 목(자궁 경부)으로 나뉜다.
자궁암은 이 자궁 체부와 자궁 경부에 발생하는 암을 통칭한다. 자궁체부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궁내막암은 자궁 몸통 안쪽의 내막에서, 자궁경부암은 질과 연결된 자궁 아래 자궁 경부에서 발생한다.
김용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이 더 친숙하지만 최근 자궁경부암은 감소하는 반면, 자궁내막암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며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자궁내막암 환자가 자궁경부암을 넘어섰다”고 했다.
자궁경부암은 최근 20년 새 50% 가까이 감소했다. 전암(前癌) 단계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보다 건강검진 효과가 큰 암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백신을 맞고 정기검진만 잘 받으면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자궁경부암은 비정형세포에서 이형성증, 상피내암, 암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10~15년 정도 걸린다.
따라서 건강한 여성이라면 2년마다 자궁 경부 세포 검사를 하고, 만약 검진 시 비정형세포가 보이는 등 상태가 좋지 않으면 1년보다 짧은 주기로 검진을 받도록 한다.
김용욱 교수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 2006년 국내에 첫 도입되고 17년이 경과하면서 암 발생 감소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자궁 경부 세포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으로 시행하면서 암 이전 단계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 자궁경부암이 줄어든 큰 이유”라고 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자궁경부암을 앓고 있는 여성의 99% 이상이 고위험 HPV에 감염됐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HPV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자궁경부암으로 악화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HPV 감염은 별다른 치료 없이 1~2년 내에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HPV 이외에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했거나 여러 명과 성관계를 갖는 여성일수록, 또 담배를 피우거나 만성적인 면역 저하 상태 등에서 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자궁경부암은 암 전 단계에서 발견하면 초기에는 그냥 지켜본다. 저절로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지지 않거나 암으로 진행되면 전기소작술이나 원추절제술 등을 시행한다.
김용욱 교수는 "HPV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도 모두 암으로 진행되지 않고, 암세포 검사를 정기적으로 빠지지 않고 하면 설사 암 전 단계로 진행돼도 완치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를 덮고 있는 자궁내막 세포에서 발생한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성호르몬 불균형과 관련이 많고 비만도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자궁내막암이 생기면 질 출혈이나 질 분비물 이상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생리불순이 심하거나 생리가 아닐 때 혹은 폐경됐는데 출혈이 있어서 병원을 찾았다가 발견될 때가 많다. 초음파검사로 자궁 내막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자궁 내막 조직 검사로 확진한다.
김용욱 교수는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적 치료로 완치될 가능성이 크다”며 “초음파검사로 간단히 병변을 발견할 수 있고 가느다란 기구를 삽입해 자궁 내막 조직을 채취하기도 비교적 수월하다”고 했다. 정기적인 초음파검사로 암 이전 단계인 자궁내막증식증 단계에서 발견되는 것이 가장 좋다.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모두 치료과정은 비슷하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아래쪽에 있기에 방광을 떼고 질(膣) 일부까지 절제하는 ‘근치 자궁 절제술’과 함께 주변의 ‘골반 림프절 절제술’을 시행한다.
반면 자궁내막암은 ‘근치 자궁 절제술’ 대신 ‘전(全) 자궁 절제술’을 시행한다. 절제한 다음에는 상태에 따라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김용욱 교수는 “최근에는 복부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지 않고 배꼽에 작은 구멍 하나만 뚫은 후 모든 수술 기구를 그 자리에 삽입해 시행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이나 단일공 로봇 수술을 주로 시도한다”고 했다.
구멍을 하나만 뚫기에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고 통증이 적으며 회복도 빠르다. 또 복벽 수술 자리와 장기 사이의 유착도 적어 환자에게 많은 이점이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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