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백림 사건’ 고 윤이상 재심 결정
윤씨 유족 청구 3년 만에
“명예회복 길 드디어 열려”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고 윤이상 작곡가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윤씨 유족이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한 지 3년 만이다. 법원은 윤씨가 수사관에게 연행되는 과정에서 ‘범죄행위’가 있었다고 재심 개시 사유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는 지난 12일자로 윤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윤씨가 1967년 독일에 파견된 수사관의 거짓말에 속아 한국까지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됐고, 이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피고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설령 수사관이 통상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해서 그 이전의 구금도 적법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윤씨에 대한 최초 연행 시부터 구속영장 집행 시까지의 체포, 감금은 불법체포·감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던 수사관이 거짓말에 의한 임의동행 형식으로 피고인을 연행해서 구속한 일련의 행위는 형법 제124조(불법체포·감금)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며 “이 사건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해서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것으로 (중략) 피고인에 대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유족을 대리한 김필성 변호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백림사건의 첫 재심 개시 결정”이라며 “윤이상 선생님 명예회복의 길이 드디어 열렸다”고 했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동베를린 거점의 대규모 간첩 사건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롯해 200여명이 연루됐다. 윤씨는 간첩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했다. 국제적인 구명 운동과 독일 정부의 조력 등으로 1969년 2월 석방된 윤씨는 독일로 출국한 뒤 귀화했고 1995년 11월 사망했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는 동백림 사건을 조사한 결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200여명의 연루자들을 간첩단으로 확대 포장했다고 밝혔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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