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은 볼게, 형은 금감원 봐” 간 큰 쌍둥이 ‘채용 대리시험’

익명 앱서 의혹제기 적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채용에 동시 지원한 뒤 본인은 한은 시험을 보고, 쌍둥이 형에게 금감원 필기시험을 대신 보게 한 한은 직원이 적발됐다. 한은과 금감원은 이들을 형사고발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 징계하기로 했다.

한은은 17일 한은과 금감원 두 기관의 신입직원 채용에 이중 지원하고 필기시험에 타인을 대리 응시토록 한 것으로 파악된 직원에 대해 공동으로 수사기관에 형사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지난 15~16일 자체 조사한 결과 올해 입행한 한 신입직원은 지난해 하반기 한은과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에 이중 지원한 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시험을 치르게 되자 쌍둥이 형에게는 금감원 필기시험을 대리 응시하도록 했다. 형이 금감원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하자 2차 필기시험과 1차 면접전형은 본인이 직접 치렀다.

동시에 해당 직원은 한은의 필기시험, 1차 실무면접, 2차 면접 등엔 모두 직접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한은에 합격하면서 금감원 2차 면접에는 불참했다. 한은은 “매 전형 단계에서 신분증을 통한 신원 확인은 물론 지원자의 필적 확인지를 제출받아 동일인 응시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며 “해당 직원의 필적 확인지와 입행 시 작성한 고용계약서 등 대조 결과 동일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해당 직원의 대리시험 응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감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했다.

한은은 대리시험이 발생한 금감원이 채용업무 수행에 방해를 받은 만큼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형사고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해당 직원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 또는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엄중 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한은 측은 “앞으로는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유관기관과 협조해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를 차단할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